[MBN스타 남우정 기자] 한 작품에서만 무려 두 가지 캐릭터를 선보인 임정은을 만났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만난 그의 손엔 약봉지가 있었다. 무슨 약인지 물었더니 “드라마 촬영 하는 동안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끝날 때가 되니까 다 밀려 오더라. 잇몸도 붓고 몸살도 생겼다. 막바지엔 병원을 오갔다. 마지막앓이를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임정은은 온 몸으로 5개월 동안 올인한 ‘루비반지’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KBS2에서 처음 선보이는 일일드라마 ‘루비반지’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무서운 기세로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한 가운데에는 동생에게 인생을 빼앗긴 루비 역의 임정은이 있었다. 단아한 외모는 ‘루비반지’ 속 루비를 떠오르게 하지만 당차게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모습은 루나를 쏙 빼닮았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루비반지’는 매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임정은은 “처음에는 ‘설마 여기까지 될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새롭게 드라마를 개설한 거라 부담감도 있었는데 캐스팅도 좋고 감독님도 잘 찍어주셔서 믿고 갈 수 있었다. 시청률이 점점 올라 기분 좋게 찍었다”고 말했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처음엔 루나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표현을 하니까 좋았다. 루비 역을 할 땐 기억 상실에도 걸리고 이해심도 가져야 하는 연기를 펼쳐야 해서 재미있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루비일 땐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고 루나일 땐 오히려 화장을 심하게 했다. 루비가 기억을 잃었다가 찾고 나중에 복수를 하면서 루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사실 페이스오프라는 설정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루비반지’는 동시간대 방송된 경쟁작 ‘오로라공주’와 함께 막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임정은은 “근데 막장이 아닌 드라마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막장이라는 게 어떻게 생각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페이스오프가 말은 안 되지만 얼마나 공감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개연성과 정당성이 있다면 막장으로만 볼 수 없는 것 같다. 저희는 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욕망을 흐름에 맞게 펼쳐냈다.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를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연 씨랑 대립하는 장면이 있으면 긴장감이 있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서로 다 그 장면에선 감정이 깨지지 않도록 더 신경 쓴다. 그래도 전 소연 씨보단 스트레스가 덜 했다. 악한 역할이 아니었기에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덜 받았다.”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는 임정은.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 덕분에 주로 착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지만 2012년 방송된 ‘적도의 남자’에서 욕망의 화신인 수미 역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임정은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났고 ‘루비반지’의 캐스팅으로까지 이어졌다.
“‘루비반지’의 김산 감독님이 ‘적도의 남자’ 촬영을 도와주셨던 분인데 그 때 절 잘 봐주셨다. 새로운 느낌을 봤다며 다시 찾아주셨고 ‘루비반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적도의 남자’ 하기 전엔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결과가 좋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일을 한 지는 오래 됐지만 ‘적도의 남자’를 하면서 나의 다른 모습을 봤다. 그 전엔 일을 즐기진 못했는데 ‘적도의 남자’부터 일에 흥미가 생겼다.”
“30대가 넘어서 생각해보니 전 20대에 조마조마하고 불편하게 살아왔더라. 지금은 한결 편해졌다. 20대 때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고민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더라. 생각 만으로 뭔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내 자신의 변화가 있어야 뭐든 변한다는 걸 알았다.”
20대엔 성숙한 외모 덕에 나이보다 많은, 조용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는 임정은은 이제 제 나이를 찾은 듯 했다. 한층 여유로워지고 편해 보였다. 그렇기에 변화를 두
“22살에 일을 시작했는데 어린 역할이 들어오지 않더라.(웃음) 이미지 때문에 항상 조용하고 착한 역만 들어왔다. 지금부터라도 폭을 넓혀서 연기 하고 싶다. 밝고 엉뚱하고 특이한, 캐릭터 분명한 역할을 하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