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가수 김소리(28)의 ‘비키니’ 발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2009년 ‘입술이 정말’로 데뷔한 뒤 청순과 섹시를 넘나들며 사랑받던 그녀가 아주 작정한 듯, 아슬아슬한 수위의 섹시함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데뷔 후 여름에 한 번도 활동을 안 해봤거든요. 문득 여름에 곡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출발하면서 아예 콘셉트를 비키니로 잡았죠. 쉽고 재미있는 곡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사도 리듬도 경쾌하고 단순하게 만들었어요.”
‘듀얼 라이프’ 이후 7개월 만에 돌아온 김소리의 컴백의 변(辮)은 명쾌했다. 계절적 변화에 맞춰 긴 머리도 삭둑 잘랐다. “섹시 하면 긴 머리를 떠올리지만 시원하게 가자는 마음으로 단발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비키니’에 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인 만큼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홍보 포인트에서 비키니 차림이 빠질 수 없었다. 김소리는 “앵글 앞에서 비키니를 입고 뛰어 노는 건 처음이라 민망했지만 그냥 재미있게 놀았다”며 싱긋 웃었다.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 한가운데 대중에 공개된 ‘비키니’ 뮤직비디오는 꽤 파격적이었다. 김소리를 비롯한 여성 출연자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나오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카메라 앵글에 ‘민망하다’는 반응과 함께 선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 같은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김소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가슴, 엉덩이가 클로즈업 편집됐다는 얘기를 듣고, 19금 수위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긴 했어요.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는 반면 민망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는데, 굳이 제가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왠지 이상한 것 같아요. 즐기자고 만든 거니까 즐겁게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자극적이라 클릭이 유발하기도 한다는데요? 하하.”
“아무래도 요즘은 워낙 걸그룹이 많이 나오니까요. 혼자서 무대를 채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늘 있어요. 그룹이라면 각 멤버별로 예쁘거나 귀엽거나, 멋있거나 섹시한 캐릭터를 나눠 맡을 수 있을텐데 솔로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각 곡마다의 컨셉으로 한정되는 면이 있어 고민이 있어요.”
가수로서 실질적인 ‘수명’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언제까지나 섹시 가수로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연장전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예전부터 앨범을 내왔지만, 스르로 생각하기에도 어떤 ‘색깔’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정작 소리만의 색깔이 없는 거죠. 가령 카라 같은 경우, 카라의 노래라는 분명한 색이 있는데, 저의 겨우 ‘소리’는 알아도 소리의 노래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었거든요. 분명 제가 풀어 나가야 하는 숙제입니다.”
될 듯 될 듯 기대했던 바에 못 미친 성적에 지치고 힘이 빠진 적도 분명 있었다. “솔직히 저는 데뷔하자마자 반응이 올라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고 우여곡절이 있었던 덕분에 스스로 인프라를 늘리고 만들어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주어지는 것에만 익숙했지만 스스로 일하는 법을 터득하고, 내가 뛰어들어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김소리는 “욕심도 많이 버렸고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놨더니 심적으로도 편안해졌다”고 덧붙이며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데뷔 전 이쪽 세계를 잘 몰랐을 땐, 예쁘고 화려한 점에 끌렸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내 힘으로만은 안 되는 것도 느꼈어요. 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상처도 받으면서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앞으로 보여주고, 들려주고픈 음악 역시 ‘김소리 스타일’이다. “한 번에 확 뜨는 노래는 바라지 않아요. 다만, 인트로만 들어도 딱 ‘김소리 노래구나’ 싶은, 색깔이 강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가 스스로 그 색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봐줘야 그게 제 색이 되는 거니까요. 음악과 무대로서 강한 인상을 주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소리는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김소리 그 자체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소망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계속 과감한 섹시함만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무대 위에서는 노래 콘셉트에 맞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리지만, 망가지는 모습, 털털한 저 소리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중 김소리는 몇 번이나 ‘연장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짧다면 짧지만 누군가에게는 길고 긴, 꿈의 기간이었을 지난 4년 여의 연예계 생활에서 끝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면 쉽게 떠올리지 못할 단어, 연장전. 하지만 김소리의 남다른 눈빛을 마주하니 앞으로 그녀가 펼쳐갈 연장전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