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한 영화 제작자 겸 감독 김조광수(48)가 15일 오후 2시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 야외무대에서 결혼식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들한테도 이성애자들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한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친구사이라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처음 만났다. 2005년부터 사귀기 시작, 나와 함께 미래를 꿈꾸려고 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이 사람에게 얘기했을 때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했고, 그 꿈이 드디어 실현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좋아했다.
결혼 상대남 김승환씨는“올해 서른 살”이라며 “외모적으로 아름다운 시기는 지난 나이라고 생각한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결혼식에 대해 반대를 한 적이 없고, 지지해줬다”고 밝혔다.
결혼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반대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성소수자로 살게 되며 극단적 기독교 세력, 호모포비아들로부터 상처 받지 않기를 위한 고민이었을 뿐”이라며 “내 뜻을 존중해줬고, 결혼식을 허락해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신이 연출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언론시사회에서 “양가 부모님의 동의와 지지를 받게 되면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밝힌 김조광수 감독은 최근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9월7일.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곳을 섭외 중이다. 본식 외에도 영화 상영, 전시회, 토크쇼 등의 축제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씨는 “우리나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동성 결혼이 보장받지 못한다”며 “이번 공개 결혼을 통해 동성 결혼의 합법화를 위해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조광수 감독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또 “2010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수상 기념 소감으로 프러포즈를 했다”며 “그 때 허락을 받아 3년 만에 결혼에 골인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어 아이 입양에 대해서는 “아이를 썩 좋아하지 않아 입양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했고, 김씨는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로서 준비된 사람만이 키워야 한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커밍아웃’ 한 동성애자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국내의 경우 성적 소수자가 공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처음이다.
한편 김조광수 감독은 결혼식 축의금을 모아 무지개(LGBT)센터를 건립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센터가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메카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사람은 또 지난해 퀴어영화만을 기획, 제작, 수입, 배급하는 퀴어 영화사 ‘레인보우 팩토리’라는 회사를 차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