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대종상영화제는 올해 기존 제도를 탈피, 최고 10점부터 최하 5점까지 점수를 매겨 각 작품을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일반 심사위원단과 전문가평가단이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를 했고, 시상식 바로 전까지 수상작(자)은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었다.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오픈해 보니 ‘광해’에게 상을 몰아준 격이 됐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홀대받은 듯한 인상을 줘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피에타’는 본상에서 조민수가 여우주연상 하나를 챙겼을 뿐이다. 주최 측이 부랴부랴 만든 심사위원특별상도 수상했으나 초라했다. 김 감독은 이름이 호명됐으나 수상대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 특별상의 수상여부를 알고 있었지만 자리를 떠 답답한 마음을 대신 표한 것으로 보인다. 권위를 자랑한 외국영화제에서 최고 대우를 받은 영화가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찬밥신세가 됐다.
물론 외국에서 상을 받았다고 국내에서도 최고작품상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광해’가 22개 부문 중 15개 상을 휩쓸어야만 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가 지나친 수상 결과에 SNS에서도 비난 글이 폭주했다.
이 같은 결과를 우려했는지 원로감독인 김기덕 심사위원장은 KBS 2TV를 통해 생중계된 시상식에서 “기존에는 모든 작품을 실사 후 비교평가 했으나 올해는 한 작품 실사가 끝날 때마다 그 작품의 평점을 기입해서 봉합했다”고 해명했으나 오히려 무책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한국영화의 기념비적인 해로 꼽힌다. 한국영화 관객이 1억명을 돌파했고,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두 편(광해, 도둑들)이나 됐다. ‘부러진 화살’,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관객의 관심을 받은 영화도 많았다. 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에서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종상영화제는 그 특별함을 다 담지 못했다. 다른 영화들을 들러리 세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한편 이병헌은 올해 남우주연상과 인기상을 받았으나 외국에서 영화 ‘레드2’ 촬영을 하고 있어 수상대에 오르지 못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은 수상작(자)
▲최우수작품상=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상=추창민(광해, 왕이 된 남자) ▲남우주연상=이병헌(광해, 왕이 된 남자) ▲여우주연상=조민수(피에타) ▲남우조연상=류승룡(광해, 왕이 된 남자) ▲여우조연상=김해숙(도둑들) ▲신인남우상=김성균(이웃사람) ▲신인여우상=김고은(은교) ▲신인감독상=최종태(해로) ▲단편영화 최우수상=최지현(여자) ▲의상상=권유진·임승희(광해, 왕이 된 남자) ▲미술상=오홍석(광해, 왕이 된 남자) ▲음악상=모그·김준성(광해, 왕이 된 남자) ▲음향기술상=이상준(광해, 왕이 된 남자) ▲인기상=이병헌 ▲영화발전 공로상=곽정환·고은아 ▲기획상=임상진(광해, 왕이 된 남자) ▲시나리오상=황조윤(광해, 왕이 된 남자) ▲조명상=오승철(광해, 왕이 된 남자) ▲편집상=남나영(광해, 왕이 된 남자) ▲촬영상=이태윤(광해, 왕이 된 남자) ▲영상기술상=정재훈(광해, 왕이 된 남자) ▲심사위원특별상=피에타(김기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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