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파’(감독 한지승)는 배우 박용우에 잠재돼 있는 ‘코믹 본능’을 깨우며 그의 매력을 온전히 전한다. 2006년작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그간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한동안 맡지 않았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최강희와 호흡을 맞춘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젠틀하고 똑똑하지만 연애 쑥맥이었던 박용우는 특유의 선한 인상에서 배어나오는 미소로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파파’에서는 한때 이름 좀 날렸던 음반업계 매니저 ‘춘섭’을 맡았다. 선한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며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를 강조하며 거칠게 행동하려 보지만, 이 캐릭터도 약간은 엉성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이고 따뜻해 눈길이 간다.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으러 태평양을 건너온 매니저 춘섭(박용우)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위기에 놓인다. 준(고아라) 등 다인종 6남매의 엄마(심혜진)를 만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결혼을 해 위기를 넘기는가 싶더니 집에 가는 길에 아내(?)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엄마를 잃은 준과 동생들은 법적보호자인 춘섭의 도움으로 아동보호시설로 흩어질 위기를 면하고, 춘섭은 아이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추방당하지 않게 되는 등 공생 관계가 됐다. 아이들과 티격태격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던 춘섭은 교회에서 준의 노래 실력이 뛰어남을 알고 가수로 키우고자 하지만 그 과정이 영 쉽지 않다.
영화는 생김새만큼 성격이 모두 다른 6남매와 춘섭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소소하면서도 웃음을 준다. 대안 가족의 모습에서 때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외국 배우들과의 호흡이 이렇게까지 잘 맞았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영어를 못하는 춘섭은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다. 그런대도 손짓과 몸짓으로 대화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내뱉는 시간차 대사 등의 상황이 고스란히 웃음으로 전해질 때가 많다. 그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또 “한국말을 (대)장금이한테 배웠다”는 고든(마이클 맥밀런)은 춘섭과 함께 콤비를 이뤄 웃음을 준다. 체한 로지의 손가락을 따는 한국식 민간요법을 보고 춘섭을 뱀파이어로 오해하는 꼬마 래퍼 지미(파커 타운젠드)와 타미(페이튼 타운젠드)도 요절 복통이다. 언제나 찬바람이 쌩쌩부는 마야(메그 켈리)와 ‘��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귀염둥이 막내 로지(앤젤라 아자르)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도 독특하지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 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한동안 휴지기를 갖던 고아라. 고아라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18일 개봉한 ‘페이스 메이커’에서 보여준 ‘미녀새’와는 또 다른 매력을 폴폴 풍긴다. 노래와 춤에 끼 많은 10대 미국 소녀를 연기한 고아라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어 실력 또한 월등하다. 고아라의 웃는 얼굴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게 흠이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고아라의 외모와 연기력을 느낄 수 있다.
다민족 가족이라는 설정을 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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