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은 기타와 드럼 뿐인 2인조 밴드다. 베이스와 키보드 같은 밴드의 기본 구성 악기가 빠져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해외의 경우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톡식과 마찬가지로 드럼 기타 2인 조로 구성돼 있다.
“악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바꿔 생각하면 기타 하나만 가지고 연주하는 가수들에 비해 악기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김정우)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소리가 괜찮지 않은가.”(김슬옹)
그럼에도 불구하고 ‘톱밴드’ 경연에서는 들려준 톡식의 사운드는 어느 팀보다 풍성했다. 실제로 두 명의 멤버는 무대 위에서 네 명 이상의 역할을 했다. 김정우는 기타에 옥타벌이라는 이펙터를 걸어 베이스 소리를 동시에 냈고 김슬옹은 카오스 패드를 이용해 드럼을 연주하며 다이나믹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사실 ‘톱밴드’는 경연이다 보니 리프도 좀 더 어렵게 치고 난해하게 편곡을 했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톱밴드’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우리가 앞으로 ‘톱밴드’에서 보여줬던 스타일만을 보여줄 거라 기대한다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하하.”(김정우)
격렬하지만 완벽하게 통제되고 그 와중에 순간순간 번뜩이는 이들의 재치는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를 홀렸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지나치게 말랑 해진 듯 한 밴드신에 ‘록 밴드 다움’을 정확히 캐치했고 이를 완벽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진짜 음악은 아니다.
“다들 우리의 앨범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신다.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자작곡이 약하다는 말도 들었다. 멤버를 더 보강해야 하지 않냐는 말도 계속 듣는다. 물론 세션을 쓸 수도 있고 멤버를 더 영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명이 만들 수 있는 사운드가 검증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우리 둘이 해볼 생각이다. 그냥 고집이다.”(김슬옹)
“대중적인 아티스트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니아를 만들 자신은 있다. 또 우리를, 우리 음악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무대에서 우리를 보면 반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그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우리도 대중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대중성을 좇는게 아니라 대중들이 좇게 만드는 그런 대중성 말이다.”(김정우)
최근 톡식은 대형 기획사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평소 형제처럼 지내온 예리밴드, 아이씨사이다와 함께 인디레이블을 설립했다. 어쩌면 해외유학도 보내주고 평생 상상도 못해본 액수의 계약금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평생 음악하고 싶은 것”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팽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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