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군복을 입은 두 편의 영화가 모두 다 잘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500만명 , ‘웰컴 투 동막골’은 800만명 이상이 봤다. 이번에는 1951년 휴전 협상 시작 이후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 남겨져 이유도 모른 채 전쟁을 치러야 했던 병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신하균은 ‘애록고지’에서 발생한 중대장 의문사 사건과 남북 부대간 내통의 증거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되는 방첩대 중위 ‘강은표’를 맡았다. 세 번째 군인 역할이지만 지겹지는 않았다.
“10년에 걸쳐 세 번째 작품이잖아요. 전작들은 초소와 마을에서 벌어졌던 일이었고, 고지에서 전투 신을 벌이는 건 처음이니까요. 또 이렇게 전투 신이 많은 것도 처음이에요.”(웃음)
그는 “남과 북의 문제는 계속해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젊은이들이 관심 없고, 모르는 것을 좀 더 쉽게 영화적 재미를 가미해 사실을 알려줄 수 있으니 나름 의미가 있다”고 좋아했다.
그는 “강은표라는 역할이 무척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에 다른 캐릭터는 명확한데 자신의 역할이 모호해 캐릭터 구축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 6개월간 해발 650m 백암산에서 촬영은 엄청난 고생이었다. 특히 비탈진 구릉을 올라야 하는 지형에서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가만히 서있는 것 자체가 힘들고 육체적으로 피로도 빨리 왔어요. 늘 산기슭의 어딘가를 붙잡고 있어야 했고, 여름에는 그늘 없는 곳에서 버텨야 했고요. 또 조끔만 신경 안쓰면 바로 부상당할 위험에 놓여있어요. 동선이 엉키면 큰 일 나죠.”
군대를 갔다온 신하균도 힘들었다는데 아직은 어린 이제훈과 이다윗은 어떻게 촬영을 버텨냈을까.
“이제훈, 이다윗 둘 다 힘들어하더라고요. 총 쏘는 자세도 안 나오고 옷 입은 맴시도 별로였어요. 특히 전혀 공감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진짜 군대 가봐라. 지금보다 더 힘들다’라고 했어요. 군 생활이 훈련도 힘들지만 같이 생활하는 것도 힘들잖아요.”(웃음)
“제가 연극배우 출신인데 연극은 오늘 연기가 마음에 안 들고 만족을 못하면 다음날 다시 보여드리면 돼요. 그렇게 끝날 때쯤 되면 완성도 있는 연극이 나오는데 영화는 찍어 놓으면 수정이 불가능하잖아요. 표현이 너무 과하거나 혹은 너무 몰입한 것 같은 장면이 보여요.”
신하균은 자신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색깔을 잘 빼내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하자 좋은 연출자와 배우들을 만나서라고 공을 돌린다.
“20대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장진, 봉준호, 장준환 감독을 만났고, 그 분들의 작품 세계가 나라는 배우가 가는 길을 풍성하게 해줬죠. 영화적으로 모르는 지점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는데 어떤 주변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장훈 감독은 영화 ‘의형제’ 시사회 때 만났다. 실력 있는 젊은 감독이라고 생각했었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듬직하고 의지가 돼줬다고 고마워했다.
신하균은 또 “같이하는 배우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주연 배우 뿐 아니라 화면에 자주 비치는 악어중대원들은 모두 연기를 배운 전문 배우들이다. 액션스쿨도 같이 가서 5주간 실제 다 훈련도 받으며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사랑은 항상 꿈꿔요. 그 다음이 결혼이죠. 연애도 못하는데 결혼은 아직…. 외로워서 다른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어요. 인간은 결혼해도 외로울 수 있잖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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