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 윤여정이 26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이변은 없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개최됐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총 6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가운데,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로부터 유력 수상자로 손꼽힌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윤여정은 시상식 전 ‘미나리’에서 호흡을 맞춘 한예리와 레드카펫을 밟았다. 윤여정은 단아한 네이비 드레스 차림으로 우아한 매력을 뽐냈다. 극 중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과 경합한 끝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윤여정은 영화 ‘사요나라’(1957)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로 아시안 배우 수상자가 됐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102년 한국 영화사를 다시 썼다. 앞서 미국 배우 조합상 등에서 연기상만 38개를 받은 그는 또 하나의 트로피를 추가하며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 `미나리` 윤여정이 제작사 대표 겸 시상자 브래드 피트와 포즈를 취했다. 사진|AP연합뉴스 |
↑ '미나리' 윤여정. 사진|판씨네마 |
‘문라이트’ ‘노예 12년’ ‘미나리’ 등을 제작한 플랜 B의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무대에 올라 브래드 피트를 향해 “드디어 만나 뵙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저희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냐”며 “정말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여정은 ‘미나리’ 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미나리’ 가족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스티븐, 정이삭 감독님,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조차 없을 것 같다. 감사하다”며 “정이삭 감독님은 우리의 선장이자 저의 감독님이었다.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을 언급하며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배우와 경쟁하겠나. 글렌 크로즈 배우님의 훌륭한 연기를 많이 봐왔다. 다섯 명의 후보는, 우리는 다 다른 영화의 다른 역할을 해냈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좋아 서 있는 것 같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해주는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윤여정은 “저희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감사하다. 이 모든 저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그리고 김기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저의 첫 감독님이었다. 그래서 저의 첫 영화를 함께 하셨는데 여전히 살아 계신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며 센스 있는 입담을 뽐냈다. 윤여정은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1971)로 충무로에 이름을 알렸으며, 가수 조영남과 이혼 후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생계형 배우로 연기 활동에 매진했다.
↑ `미나리` 정이삭 감독-한예리-스티븐 연-윤여정-앨런 김-노엘 케이트 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판씨네마 |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 안소니 홉킨스, 각본상은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펜넬, 감독상과 작품상은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음악상은 ‘소울’이 받았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1980년대 한인 가정의 미국 이주 정착기를 그린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100개 이상의 트로피를 받으며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끝으로 ‘미나리’의 여정도 마무리됐다.
<다음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 작품상 = 노매드랜드
▲ 남우주연상 =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 여우주연상 = 프랜시스 맥도먼드(노매드랜드)
▲ 감독상 = 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
▲ 각본상 = 에머럴드 피넬(프라미싱 영 우먼)
▲ 각색상 = 플로리앙 젤레르, 크리스토퍼 햄프턴(더 파더)
▲ 여우조연상 = 윤여정(미나리)
▲ 남우조연상 = 대니얼 컬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편집상 = 사운드 오브 메탈
▲ 촬영상 = 맹크
▲ 미술상 = 맹크
▲ 의상상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분장상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시각효과상 = 테넷
▲ 음악상 = 소울
▲ 주제가상 =파이트 포 유(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 국제장편영화상 = 어나더 라운드
▲ 장편 애니메이션상 = 소울
▲ 단편 애니메이션상 =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 단편 영화상 =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 장편 다큐멘터리상 = 나의 문어 선생님
▲ 단편 다큐멘터리상 = 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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