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편의 풍경화를 보는듯한, 퀴어 영화 ‘정말 먼 곳’이 봄 극장가를 찾아온다.
8일 오후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정말 먼 곳’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박근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기주봉, 강길우, 이상희, 기도영, 홍경이 참석했다.
메가폰을 잡은 박근영 감독은 “공간에서 받은 영감으로 출발한 작품”이라며 “6~7년 전부터 화천에 우연히 가게 되어 거기 살고 있는 지인 집에 머물곤 했었는데, 이후 화천의 공간들에 애정을 갖고 여러 가지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공간에서 받은 느낌을 담고자 이 영화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 제목인 '정말 먼 곳'이라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진우가 내가 꿈꾸는 안식처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여기서만큼은 지키고 싶은 평화가 있었을 것이고,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지역사회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결국 좌절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게 가장 슬프게 다가온 것은, 연인 간의 관계에서도 이들이 욕심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것이다. 딸을 키우고 주변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것을 욕심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굉장히 슬픈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것,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평범한 삶은 꿈꾸는거 자체가 욕심이더라. 우리 사회와 소수자와의 거리를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딸과 같이 작업 해본 적이 없는데 작품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다. 실제로 만나 뵀을 때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닮은 듯 다른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영화의 큰 매력을 만난 것 같아서 기쁜 순간이었다”고 만족해 했다.
“배우로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참 많다”며 운을 뗀 기주봉은 “이태원 같은 곳에 갔을 때 성소수자들끼리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관객들에게는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을 다뤘다는 것, 또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역할이라는 점이 좋아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기주봉의 딸이자 배우인 기도영은 작품 속에서도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기도영은 “아빠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게 처음이다. 걱정이 많이 됐는데 오히려 아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면서 “대선배님이신데 제가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게 편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 가족과 이렇게 오랜 시간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일을 하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니까 뜻 깊고 기뻤던 것 같다”고 했다.
기주봉 역시 딸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저는 도영이가 배우를 시작하려고 할 때 '아빠 역할보다는 선배, 선생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며 "전반적으로 도영이 세대와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제 세대에 느낀 배우 세계를 나누는 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심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강길우는 “캐릭터 표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산 속의 목장에서 양을 키우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외형에 상당부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도 10kg 가량 불렸고, 머리도 잘라보고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다.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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