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7년차, 배우 이정재는 아직도 목마르다 [M+인터뷰②]

↑ ‘사바하’ 배우 이정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MBN스타 김솔지 기자] ‘콰트로 천만배우’, ‘잘생김의 대명사’, ‘톱스타’ 등은 배우 이정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의 이름을 조금 더 빛내주기 위한 말들이지만, 이정재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대중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준다. 이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데뷔 27년차에도 여전히 새로움에 대해 갈망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꾸준한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다.

이정재는 최근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이정재는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을 추적하는 박목사 역을 연기했다.

이정재는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속 대사를 여러 연예인들이 성대모사하는 모습을 본 소감을 묻자 “내 목소리나 연기를 따라하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만큼 관심을 가져준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일이다. 사실 ‘신세계’의 ‘거 중구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는 대사는 텍스트로만 보면 너무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하나. 말 같이 안 느껴져서 처음엔 대사를 빼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심 해주길 원하는 것 같았고,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해본 기억이 난다”면서 “그렇다고 특별하게 톤을 고민하고, 표현하기 위해 대사했던 적은 거의 없다. 장면에서 원하는 긴장감이나 재미적인 요소를 더 잘 해보려고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톤이 잡히지 않았다 싶다. 그걸 관객들은 독특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 ‘사바하’ 배우 이정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1993년 ‘공룡선생’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이정재는 올해 데뷔 27년차 배우가 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현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나아가고픈 마음을 드러냈다.

“웬만하면 안 해본 걸 해보고 싶다. 내가 했던 캐릭터들이 인상에 남는가보다. 제안주시는 분들 중 이전에 했었던 걸 조금 변형해서 하려는 사람이 반, 아니면 새로운 모습을 뽑아내려고 하는 사람 반이다. 개인적으로 해보지 않았던 것을 뽑아서 캐릭터를 만들어보겠다는 분에게 마음이 간다. 어려서부터 작품선택을 할 때 캐릭터를 다르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열망이 꽤 많이 있었다. ‘모래시계’(1995) 때도 백재희라는 역할을 많이 좋아해주셨는데, 그 이미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다른 좋은 시나리오를 고사하고 무리하게 코미디 영화를 택했었다. 계속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골랐던 것 같다. 당시엔 연기도 어설픈 구석이 많았고, 능력치가 떨어지다 보니 과욕을 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정재는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회상하며 슬럼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역시 마음처럼 표현되지 않아 괴로워했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말했다.

“힘들었지만 그때 노력한 게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슬럼프도 있었고, 연기적으로도 욕심만큼 표현되지 않는 시절도 있었다. 그로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한동안 시나리오를 까다롭게 고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슬럼프였다. 배우는 제안 받는 입장인데, 까다롭게 고른다는 게 사실상 잘못됐다는 걸 느끼게 됐다. 지금은 혹여나 시나리오나 프로젝트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채워나가는 것도 묘미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활동하고 있다. 슬럼프가 올 때도 있지만 마음을 잘 가다듬어야겠구나 싶었다.”

↑ ‘사바하’ 배우 이정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정재는 영화 ‘도둑들’(2012) ‘암살’(2015)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을 통해 콰트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그는 “그 캐릭터를 제안해주신 게 가장 고맙다. 캐릭터를 잘 만들 수 있게끔 도와주신 감독님과 스태프들, 같이 연기한 동료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역시 빠질 수 없는 관객들에게도 감사하다. 사실 천만이라는 숫자를 두고 그 이상, 그 이하라고 얘기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객들이 많이 봐주시는 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사랑인 건 분명하다”고 영화를 본 관객들과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또 이정재는 차기작에 대해 “차기작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자꾸 늦춰지고 있다.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요새는 다음 작품 뭐할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올해 초 안에 빨리 결정해야 겨우 내년 초에 개봉할 수 있으니 시나리오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