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좀 심심하고 융통성도 없지만, 다소 지루하고 답답한 면도 있지만, 요즘 보기 드문 ‘진국’이다. 진득하니 제대로 봐야 비로써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묵직한 메시지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낸 착한 영화, 바로 ‘말모이’다.
‘말모이’(감독 엄유나)는 1940년 10월 있었던 ‘조선어학회사건’을 담는다. 1921년 한글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한국 최초의 민간학술단체인 조선어 연구회를 모체로 한 이 단체는 일제강점기 아래에서도 우리 언어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싸웠다. 언아 안에는 국가와 민족, 정서와 사람이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같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우연히 조선어학회 심부름꾼으로 일하게 된 뒤 ‘말모이’란 한글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진정한 언어 힘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로 완성 된다.
폭력과 억압의 시대, 나라를 잃은 설움과 저마다의 생존 방식으로 민족의 혼란이 끊이질 않았던 당시, 그럼에도 한글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목숨을 건 싸움이 135분간 우직하게 그려진다.
역시나 유해진은 이번에도 실망의 여지가 전혀 없는 명연기로 영화를 다채롭게 이끌어 간다. 강직한 뿌리를 지켜가면서도 섬세한 감정 표현과 소소한 웃음, 묵직한 감동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진정성을 가득 담은 열연을 펼친다.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선영, 민진웅, 김태훈 등 배우들 역시 과도할 정도로 평면적인 캐릭터가 가진 한계를 연기력으로 커버한다.
역사적 사건을 진지하게 녹여낸 감독의 뚝심엔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그 외 영화적 요소들은 저마다 밋밋하고 진부하다. 촌스러움의 미학을 담아내고자 했지만 썩 어울릴 만한 멋스러움은 아니다. 감독의 전작인 ‘택시운전사’에서 느낀 진지한 역사의식과 따뜻한 휴머니즘이 이번에도 역시나 묻어나지만 그것이 보다 다채롭게 스크린에 옮겨지진 못했다.
감격의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다소 지루하고 힘겹긴 하지만, 다행히도 목적지에 다다른 순간 기다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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