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권은 아내와 세 딸, 가족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인터뷰①에 이어)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지만 가족에 대한 말만 나오면 한껏 미소를 짓는 김인권. 그에게 가족은 삶의 원동력이자, 쉼터이자, 구원이란다.
“보는 이에 따라 영화 ‘배반의 장미’는 웃길 수도 슬플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운을 뗀 그는 “나의 경우는 처음 볼 땐 솔직히 슬펐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병남’이의 처지가 애처롭고도 웃프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묘한 게 어떻게 보면 슬픈데 어떻게 보면 너무 웃기고, 또 어떤 면에선 허망하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작을수록 크다’는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연기를 해 왔는데 이 영화는 ‘작지만 클 수도 있을지’를 도전해 본 영화인 것 같다. 뭔가 어떤 의미로든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곤 자신의 인생에서 ‘배반의 장미’는 “내 여자들”이라며 껄껄 웃었다. 아내와 세 딸을 위해 살아가고 있단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뤘지만 결국 블랙 코미디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들의 어떤 욕망과 허함, 결국 반어적으로 그들을 살게 하는 ‘배반의 장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게 끌렸다”는 그는 “내게도 결국 나를 살게 하는 ‘배반의 장미’는 우리집 여자들이다. 그녀들 덕분에 그럼에도 웃고 행복하려고 하고 일어서고 살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그렇잖아요. 혼자 두면 결국 한 없이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고 해야 할까요? 과격한 존재이자 단순하기도 하고,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요. 전쟁 같은 것, 흥분되는 것, 강한 것, 무언가에 중독되는 어떤 본성이 있는데 그걸 구원해주고 잠재워주는 게 바로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 영화 속 세 명의 남자들처럼요. 워낙 희화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잘 전달될 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그걸 빼고도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긴 하지만요. 하하!”
한국영화 곳곳에서 존재감을 빛내온 김인권에게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 “연기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꾸리고, 지금까지 살아 남은 게 ‘행운’”이라며 과거를 되짚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사실 맞는 사람은 아닌데…자질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요. 그래도 계속 절실하게 살아왔고 그 벼랑 끝에서 선택한 길이 지금까지 이어져 감사하게 생각해요. 힘든 시기가 있긴 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요. 지금까지 저를 응원해준 많은 분들,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해요. 아무리 작은 영화, 작은 역할이라도 저를 필요로 하
‘배반의 장미’는 저마다 처절한 사연을 지닌 세 남자와 한 여자가 같은 날 죽기로 약속하면서 벌어지는 아주 특별한 하루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김인권, 정상훈, 손담비, 김성철, 박철민 등이 호흡을 맞췄고, 박진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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