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분위기 있는 계절 가을, 그 시작을 알린 추석 연휴에 영화 한 편 보지 않으면 서운하다. 가족, 연인, 친구, 혹은 ‘나 혼자’여도 설렐 수밖에 없는, 감성을 자극하는 베스트 로맨스 영화들을 소개한다.
서툰 귀여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순도 100% 첫 사랑 로맨스 ‘플립’부터 굳은 심장을 깨우는 실화 로맨스 ‘빅 식’, 독특한 소재를 편안하고도 일상적으로 풀어낸 ‘뷰티 인사이드’,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내 사랑’, 그리고 전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셰이프 오브 워터’까지 명품 로맨스 영화들을 만나보자.
남자 주인공 브라이스를 향한 여자 주인공 줄리의 사랑은 일편단심이다. 하지만 정작 브라이스는 그런 그녀가 귀찮을 뿐이다. 시작은 명백한 소녀의 짝사랑.
원작인 웬들린 밴 드라닌이 출간한 소설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입장은 1인칭 시점으로 각기 서술된다. 함께 겪은 동일한 사건이라고 해도 그것은 두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기억된다.
영화 ‘플립’(감독 로브 라이너)은 이런 소설의 서사를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서툴러서 더욱 예쁘고, 순수해도 더욱 아름다운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추억을 중심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담아낸다. 예쁜 소녀, 소년의 깜찍한 로맨스를 제대로 살려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볼만한 작품이다.
본래 2010년 제작된 영화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극장 상영을 하지 못했다. 각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인생 영화’로 인기를 모으며 개봉작 못지않은 뜨거운 반응을 얻어오다 지난해 여름 늦깎이 극장 개봉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평점 9.45점을 기록했으며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는 무려 18만 명의 네티즌이 참여해 5점 만점 중 4점을 나타냈다.
정략결혼에 발목 잡힌 파키스탄 남자가 코마에 빠진 전 여자친구를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14일의 실화 로맨스, ‘빅 식’(감독 마이클 쇼월터)이다.
이야기 속 실제 커플, 쿠마일 난지아니와 에밀리 V.고든이 직접 각본을 쓴 작품으로 쿠마일 난지아니가 영화 속 본인 역을 연기한다.
쿠마일과 에밀리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뜨겁게 사랑했지만, 파키스탄 전통문화라는 1400년 묵은 그러나 결코 무너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굳건한 장벽 앞에 결국 이별하고 만다.
하지만 어느 날, 에밀리가 갑작스럽게 코마에 빠지면서 쿠마일은 뒤늦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코마에 빠진 연인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족 그리고 문화, 종교 등과 정면으로 맞선다.
그 어떤 실화보다 극적인 이야기지만 전개는 담담하고도 리얼하고 담백하다. 파키스탄과 미국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남녀 사랑에 관한 딜레마를 흥미롭게 그려내며 빠르게 다문화화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는 동시에 소소한 유머도 끊이질 않는다. 감정의 절제가 탁월한데다 실제 주인공이 직접 연기한 탓에 한 남자의 진솔함은 더 먹먹하게 긴 여운을 남긴다. 재미와 감동, 날카로운 통찰력이 모두 골고루 담겨 있는 웰메이드 로맨스로 완성된 것.
촘촘하고도 세련된 연출과 신선한 배우들의 연기가 건강한 시너지를 낸다. 진정성을 더하는 실화의 힘, 그럼에도 영화적 즐거움과 감동을 놓치지 않은, 힐링 휴먼 로맨스다.
영화는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로 올해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 15회 수상 및 78회 이상 노미네이트로 작품성을 입증 받았다. 북미 개봉 당시 무려 17주간 장기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2017년 로튼토마토 로맨스 부문 1위에 올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는 특별한 한 남자의 소소한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매일 얼굴이 바뀌는 병을 앓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남자는 나이 든 어른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젊은 여성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뚱뚱한 남자가 되기도 했고, 어린이, 외국인으로까지도 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가구점을 들렀다가 이수(한효주)에게 첫 눈에 반한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희귀한 일에 체념하며 살아왔지만 이젠 달라졌다. 모두에겐 일상이지만 자신에게만은 불가능에 가까운 평범한 사랑을 꿈꾸게 된 것.
유일하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함께 일하는 상백(이동휘)처럼 이수 역시 그의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고백해도 될 멋진 남자의 외모(박서준으)로 변한 우진은 이수를 찾아가 데이트 신청을 하고,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머리가 벗겨진 남자(김상호)가 되어 버린 우진은 이제 이수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다. 우진은 이수가 일하는 가구점에 인턴(천우희)으로 출근한다. 그러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도망치던 이수는 다시 우진을 찾아오고 둘은 서로를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사랑은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 혼란스러운 이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약까지 먹는 신세가 된다. 남녀는, 남자가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듯하다. 두 사람의 사랑은 괜찮을까.
’뷰티 인사이드’는 2012년 인텔·도시바 합작해 칸 국제광고제그랑프리 등을 따낸 소셜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가 원작이다.
123명의 배우가 1명의 우진을 맡았다.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유연석,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등 21명이 각기 중요한 지점에서의 우진을 연기했다.
관절염 환자인 모드(샐리 호킨스)는 걸을 때마다 다리를 전다. 어렸을 적 부모를 여의고 오빠와 숙모 손에 자랐다. 사랑(?)의 결핍 속에서.
어느 날 우연히 동네 가게에 간 모드는 가정부를 구하는 생선장수 에버렛(에단 호크)과 마주친다. 독립하고 싶었던 그는 에버렛의 가정부로 일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의 허름한 오두막을 찾아가 새 삶을 시작한다.
상냥하고, 순수하고, 솔직한 모드와는 달리 에버렛은 투박하고 거칠다. 항상 화난 사람 같은 그는 자기 물건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모드에게 버럭 화를 내는가 하면,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뺨을 때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모드는 에버렛의 곁을 지킨다. 무뚝뚝한 그를 맴돌며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모드의 따뜻한 노력에 에버렛도 차츰 변해간다.
그림에 재능이 있던 모드는 에버렛의 집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나간다. 창문, 식탁, 벽, 문 등이 모드의 도화지다. 그렇게 모드의 그림은 유명해지고, 덩달아 두 사람은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시 찾아오고야 말고, 둘은 삐걱거린다.
영화 ’내 사랑’(감독 에이슬링 월쉬)는 캐나다 나이브 화가(정규 미술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기존 미술 양식에 구애되지 않고 자연과 현실을 시각화하는 예술가) 모드 루이스(1903~1970)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두 사람이 그린 로맨스는 한 폭의 그림이다.“사람들은 당신을 싫어해요. 근데 난 좋아해요”라는 모드의 맑은 대사가 가슴 깊이 남는다.
올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였다.
지난해 제7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대상인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셰이프 오브 워터’는 ‘판의 미로’ ‘퍼시픽 림’ 등을 연출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으로 마이클 섀년,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일라이자(샐리 호킨스)와 ‘아마존의 신’으로 불리는 괴생명체와의 사랑을 담는다.
극 중 남미의 강 어딘가에서 붙잡혀온 괴생명체는 자기 종족의 마지막 남은 개체이자 물과 육지에서 호흡할 수 있는 놀라운 폐 구조를 가졌다.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아마존의 신’으로 불린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존재를 비밀 실험실로 끌어 들이고, 그가 가진 불가사의한 힘을 우주개발에 사용하려고 하지만 이를 두고도 내부 정치가 잔혹하게 벌어진다.
말을 못하는 청소부 일라이자는 학대당하는 괴생명체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지능이 있고 언어를 이해하는 괴생명체에 점점 인간으로, 사람으로, 남자로 느끼게 된다. “그 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 줘요.”라며 종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아름답고도 신비롭고 애잔하다. 독특하고도 매혹적인 비주얼을 지닌 괴생명체는 ‘사랑’의 대상이 될 만한 충분한 아우아를 뿜어내고, 배우들은 서로 다른 결핍을 지닌 저마다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이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를 보다 아름답게 감싸 안는 음악과 뛰어난 미장센은 또 어떠한가.
삐뚤어진 탐욕으로 가득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등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비정한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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