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선, 전석호가 `봄이가도`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전미선(48)과 전석호(34)가 잊을 수 없는 봄을 이야기하는 ‘봄이가도’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봄이가도’(감독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운 좋게 홀로 살아남은 이, 아내의 흔적에 허탈한 남편 등 봄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하루를 담아냈다. 전미선은 딸 향이(김해준 분)가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신애를, 전석호는 아내의 흔적에 허탈한 남편 석호를 연기했다.
‘봄이가도’는 세월호 사고 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다. 2014년의 사고, 그리고 2016년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감독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건네고자 영화를 기획했다. 세 감독과 인연이 있는 전석호가 힘을 보탰고 전미선과 유재명 등이 합류했다.
2년 전, 이 영화를 촬영할 때만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전석호는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겁날 건 없었다”고 했다. ‘봄이가도’에 합류한 이유는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공연할 때도 이걸 왜 할까 생각해보면 그 시간의 나를 기록하는 것”이라며 “내가 관심이 있고 생각하고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석호는 “2014년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내가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동생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기록하고 싶었고,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전미선이 `봄이가도`를 통해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
전미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작은 불씨’가 될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영화를 하는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것.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내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전석호 씨가 후배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도 해볼까 싶었죠. 우리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 사람들이 봐줄까, 외면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우리 한 켠에 있는, 내색하지 않은 마음들을 담기 위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됐어요.”
세 개의 이야기를 담은 ‘봄이가도’에는 세 감독이 있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모두 그날의 기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봄이가도’ 팀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어떻게 표현할까 많은 고민을 거쳤다. 때로는 의견 차이가 있기도 했다.
전석호는 “서로 다투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이야기를 한 건 배우가 보이면 안 된다는 거였다. 우리는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가 아니다.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은 인물뿐만 아니라 주변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그는 “광화문도 나오고 놀이터도 화면에 나온다. 사건 자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드라이하게 가면서 주변을 보여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전미선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한참 지났는데 왜 다시 아픈 부분을 들쑤시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은 그 시간이 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석호는 ‘봄이가도’가 “잘잘못을 따지는 영화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이후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들의 진짜 하루를 담았어요. 거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에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조금의 희망이에요. 세월호가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자는 게 아니라 남겨진 이들, 그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배우 전미선과 전석호에게 ‘봄’은 어떤 시간일까. 전미선은 개인적으로 ‘봄’이 싫다고 했다. 겨울보다 더 춥고 가시 같은 날카로움이 봄 안에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겨울에서 봄이 새롭게 온다고 한다”면서도 “진짜 봄은 그렇게 따사롭지는 않다. 아주 힘들다”고 고백했다.
↑ 전석호는 `봄이가도`를 "세월호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
전석호는 “2014년 이후 봄이 잔인해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 간 기억을 떠올렸다. 전석호는 “계절보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분명히 봄은 다시 와요. 다시 온다는 걸 알고 있는데, 세월이 흘러도 치유가 될까 싶어요. 누군가는 잊혀지길 원해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기억하겠죠. 한 번쯤은 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적처럼 찾아온 하루를 통해 희망을 줄 수도 있다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전미선은 “잊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나 한 명이 관심이
전석호 역시 “아이들은 미래다. 와이프는 내 가족이다. 또 같은 국민이다.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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