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슈츠(Suits)’ 박형식이 슬프고 아프면, 시청자도 슬프고 아프다.
과거 아픔과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이라면, 가슴이 쓰라릴 만큼 슬픈 기억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과거 아픔을 잊지 않고, 이를 통해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남자가 있다. KBS2 수목드라마 ‘슈츠(Suits)’(극본 김정민, 연출 김진우, 제작 몬스터유니온 엔터미디어픽처스) 속 가짜 변호사 박형식(고연우 분) 이야기다.
천재적 기억력과 공감능력을 지닌 고연우는 어린 시절부터 변호사를 꿈꿨다. 고연우의 변호사 꿈은 평범한 아이들의 꿈과는 시작점이 달랐다. 뺑소니 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님을 잃은 고연우가, 차갑고 비릿한 세상과 마주하게 한 장본인이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고연우는 동경이 아닌, 다른 이유로 변호사를 꿈꾼 것이다. 그리고 그는 비록 가짜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24일 방송된 ‘슈츠(Suits)’ 10회에서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변호사와 마주한 가짜 변호사 고연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고연우는 뺑소니사건을 맡아 일하던 중,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망 당시를 떠올렸다. 지극히 가해자의 관점에서, 슬픔에 빠져 있는 유족에게 합의를 강요하던 변호사. 어린 고연우는 당시 변호사의 번쩍이던 시계, 구두를 모두 기억할 만큼 오랫동안 아파했다.
그러나 현재 고연우는 가해자 입장에서 뺑소니 사고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했다. 뒤늦게 가해자에게 밝혀지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그러나 자신이 알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고연우는 지금의 자신과 겹쳐지는 동시에 과거 자신에게 아픔을 남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렇게 쉽지 않은 발걸음을 통해 그는 과거 아픔과 마주했다.
이 장면에서 고연우의 오랜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팔뚝의 문신은 뺑소니 사고로 부모님이 사망한 날이었다.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고연우가 이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고연우는 그에게 싸늘한 충고를 남긴 뒤 돌아섰다.
돌아서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연우는 겉으로 똑같아 보이는 일을 할지라도, 자신과 그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결과적으로 고연우로 하여금 가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과 마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만들었다. 고연우만의 해결법이었으며, 그가 과거 자신을 찾아왔던 변호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기도 했다.
고연우의 아픔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장면이었다. 박형식은 서서히, 그러나 강렬하게 고연우의 감정을 고조시키며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분노, 아픔, 허무, 슬픔 등 고연우가 느꼈을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집중력 있게 담아낸 것이다. 이 같은 박형식의 표현력이 있기에 시청자 역시 고연우가 겪었을 아픔과 묵직한 감정들을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할 수 있었다. “박형식 아닌 고연우는 상상할 수 없다”, “박형식이 고연우라 좋다”는 시청자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한편 25일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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