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보도 화면의 부적절한 사용이 고의 아닌 과실에 의한 것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베 의혹에 휩싸였던 조연출에 대해서는 "일베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현실적이지만 다소 소극적인 결론을 내렸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 MBC M라운지에서 진행된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조능희 기획편성 본부장 겸 진상조사위원장은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희화화 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세월호 화면과 어묵 자막 사용했다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단순 과실로 보기는 힘들다. 본질적으로는 웃음 드리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이용,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기에 엄중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조연출, 연출. 부장, 본부장까지의 징계를 사측에 요청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난 5일 방송분에서 이영자의 어묵 먹방 관련 에피소드 도중 세월호 참사 속보 보도 뉴스 장면을 배경에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 방송사, 최승호 MBC 사장의 거듭된 사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MBC는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 총 6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9일부터 6일간 현장 실사 및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세월호 화면과 어묵 자막을 연관시켰다는 점이 일베의 행태와 유사한 만큼 의도를 가진 행동이 아니었는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조사위는 미필적 고의 아닌 '과실'로 결론 내렸다.
외부전문가로 이번 조사에 나선 오세범 변호사는 "조연출에게 오락 프로그램에 세월호를 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물었는데, 그렇게 생각은 했다고 하더라. 왜 썼는지 묻자 그 멘트가 에피소드와 잘 맞았고, 블러 처리를 하면 모를 것이라 판단했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 된다면 전체 시사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오 변호사는 "처음부터 세월호 장면을 찾아달라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분이 쓰지 않았어야 타당한데, 조연출은 블러 처리를 했고, 만약 문제가 된다면 20명이 보는 전체 시사에서 걸러질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미필적 고의 아닌 과실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 시사에 앞서 세월호 화면 사용에 대한 사전 보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고의성 및 일베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조연출의 일베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게 조사위의 결론이다.
조 위원장은 이영자의 어묵 먹방 에피소드에 문제의 장면을 삽입한 데 대해 "다른 의도 없었고 있는 상황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연출은 특정 사이트에서 어묵이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오 변호사는 "세월호 영상을 오락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서 사실 놀랐고, 모 사이트에서 어묵이 세월호 피해자 조롱하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서 더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어묵이 희생자를 지칭하는 걸 몰랐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잘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다. 처음부터 세월호 장면을 넣은 건 아니기 때문에 알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연출의 일베 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대해 조사위는 "수사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일베 여부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일베 가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도, 본인의 양심에서 그런 자료를 내놓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가까운 동료들의 평판 조사와, 관리감독자가 수년간 지켜봤던 모습, SNS 기록을 통해 1차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조사위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사를 진행했다"며 "뒤집어 말해, 일베라 할 만한 의혹이나 그런 걸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 덧붙였다.
향후 이같은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조사위는 ▲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 강화 ▲ 제작 가이드라인 등 제작 시스템 점검 ▲ 방송 구성원 윤리 재교육에 대한 교육 수립 및 시사를 약속했다.
조사위의 조사를 세월호 유족 측이 수용하기로 밝힘에 따라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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