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13년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고맙습니다“는 인사와 함께 컷이 이뤄지고 멤버들이 서로 포옹하는 순간, 마치 유년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가 덮이는 듯 찡한 마음에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억지 감동 없는 담담한 이별은 역시 ‘무한도전’다웠다.
3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 및 김태호 PD가 함께 하는 시즌 마지막 방송이었다.
이날 ‘보고싶다 친구야’ 두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탄 가운데 방송 말미 ‘무한도전’ 멤버들은 제각각 ‘무한도전’과 함께 한 소회를 전했다.
박명수는 “’무한도전’ 덕분에 결혼도 하고 내가 살 수 있게 됐다”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너무 실감이 안 난다"며 입을 떼기가 무섭게 눈물을 쏟은 정준하는 “시청자분들 고맙고, 제작진 멤버들 너무 고맙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밖에 없다.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하는 “감사한 마음도 엄청 크지만 죄송한 마음도 크다. 여러분이 모자란 저희를 잘 살게 키워주신 게 맞다. 살면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갚아 나가겠다”며 쏟아진 눈물에 고개를 쉽게 들지 못했다.
조세호는 “형들에 비해 긴 여행은 아니지만 짧은 여행을 강렬하게 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된다면 형들과 세형이와 또 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좋은 기다림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란 사람을 멤버로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양세형은 “매 주 방송 하러 올 때, 개학할 때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기분처럼 너무 설레고 좋았다. ‘무한도전’이 너무 재미있었다. 나와 너무 잘 맞았고 너무 많은 걸 배웠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2005년 4월 시작해서 2018년 3월 종영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이 프로그램에 저의 인생이 담겨 있는, 제가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 결혼했고 잘 살고 있고, 멤버들의 결혼까지 다 지켜봤다. 크고 작은 내 인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종영 인사를 드리는 게 상당히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모든 것은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무한도전’이 또 다른 웃음을 드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며 “다시 ‘무도’로 돌아온다면 정말 ‘무한도전’스러운, ‘무도‘가 왔구나 하는 내용으로 돌아오겠다. 13년 동안 변함 없는 격려와 응원, 박수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내 인생의 13년을 함께 한 최고의 친구였는데 이렇게 떠나는구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꼭 돌아와주기를” 등 아쉬움의 반응 속 박수를 보냈다.
‘무한도전’은 2005년 ‘무모한 도전’을 전신으로 현재의 타이틀로 거듭나며 리얼 버라이어티 전성 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멤버들의 좌충우돌 소소한 에피소드는 물론, 무모한 듯 하지만 숭고한 도전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며 ‘국민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멤버들의 피로도 누적과 아이템 고갈, 일부 멤버 교체 과정에서의 힘겨운 레이스 지속으로 전성기 시절 동력을 잃으며 고군분투를 이어오다 결국 시즌 종영이라는 발전적 이별을 택하게 됐다.
시즌2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제작진은 방송 말미 전파를 탄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BGM인 빅뱅의 ‘꽃길’을 통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마지막에는 “가족처럼 손 꼭 잡은 시간들, 함께 있어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늦지는 않을게요“라는 발언으로 시청자의 아쉬움을 달랬다.
MBC 최승호 사장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13년의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 예능의 최고봉이었을 뿐 아니라 MBC의 생명력을 유지시켜줬다고 해야 할 프로그램“이라 극찬하며 MBC 본사 및 MBC 노조가 감사패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지난 13년간 ‘무한도전’이 써내려간 기록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이들의 핸드 프린팅은 조만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전시될 예정. 후속 프로그램 방송 전까지 ‘무한도전’은 스페셜 방송을 통해 천천히, 시청자들와 이별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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