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대부분의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바로 63년차 배우 이순재(85)다.
27일 오전 방송된 KBS1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에는 영화 ‘덕구’을 앞둔 배우 이순재가 출연해 솔직하고도 뭉클한 이야기를 전했다.
“신인 연기자 시절 범인 역할을 33차례 맡았다”는 그는 “TV에서 형사물을 제일 먼저 시작한 게 TBC '형사수첩'이었다. 첫 프로(방송 녹화)를 하는데 범인 할 사람이 없었다. 배우들이 다 도망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만 해도 악역을 하면 악역 이미지가 있어서 기피하는 게 있었다. 특히나 젊은 친구들은 그랬다”면서 “연출을 고(故) 허규가 맡았다. 나와 대학교 동문이고 같이 연극했던 친구였다. (허규 연출이) 범인 할 놈이 없다고 하더라. 홍은동 소녀 강간 치상 사건이라고 했는데 연기할 사람이 없대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부터 범인 (역할 섭외)이 막히면 나한테 왔다. 그래서 저 시리즈 동안 범인 33번을 했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어떤 역할이든 연기에 있어서는 그 어떤 한계도, 선입견도, 장애물도 없이 매번 과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 하지만 ‘야동 순재’는 그런 그에게도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이순재는 “옛날 생각이 났다. 얼마나 남사스러운 상황이냐”라며 “제3자가 볼 때는 재미있지만 본인은 난처하다. 동창들이 욕할까봐. 아무리 배우라도 별 짓 다한다고 할까 걱정했다. 그런데 연출이 재미있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했다. 욕먹을 줄 알았는데 한마디도 없더라. 우리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졌구나, 그런 부분을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됐구나를 새삼 느꼈다. 애들이 좋아하더라”라며 “사춘기 최고의 관심사가 그건데 할아버지가 그러니까 동격이구나 그런걸 느낀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이순재는 이날 쉬지 않고 일했지만 의외로 재산이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쉽게 이야기하면, 제가 신혼 초에 집에서 잔 시간이 얼마 안 된다. 하루에 영화를 4개를 찍은 적이 있다. 수입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지금은 방송 노조가 생겨서 사내 협상을 하지만, 당시에는 1년에 한 번씩 출연료 조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후배들 받는 돈을 보면 프로듀서들에게 남는 돈이 있나 싶다. 제 세대에서 보면 기형적”이라고 지적하기도.
“50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하는 후회가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 이미 빌딩 한채를 지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안겼다.
이순재는 후배들에게 “쉬는 동안 끊임 없이 공부하라”라며 “세계 수준에 맞는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다. 빌딩도 갖고, 돈은 몇
이와 함께 “작품 끝나고 휴식기에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한다. 배우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연기에 대한 소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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