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오달수, 조재현.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던 배우들이 백척간두에 섰다.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셋 다 나란히 성(性) 관련 논란 혹은 의혹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면서 대중에 충격을 주고 있는데 연예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실무근'이라는, 단칼에 의혹을 자르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게 더 석연치 않다.
조민기는 교수로 재직 중이던 대학에서 제자를 성추행 한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에 대한 징계는 최근의 일이지만 지난 수년간 조민기가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수의 학생들에게 휘두른 만행이 '미투' 물결을 타고 공개되며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조민기에 대한 잇따른 폭로는 그의 배우로서의 행보를 지지해 온 대중으로선 참담한 지경이다. 피해 여학생들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미투'에 동참하며 조민기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3일엔 또 다른 졸업생이 조민기로부터 당혹스러운 제안을 받은 사실을 폭로해 다시 한 번 충격을 줬다.
의혹이 불거진 초반에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계속된 폭로에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조민기. 하지만 끝 모를 폭로 릴레이에는 사과도, 적극적인 부인도 없이 끝내 입을 다물었다.
조재현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수년 전 현장 스태프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한 사실이 익명의 제보를 통해 언론에 이니셜 보도됐는데, 배우 최율이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 게 왔군"이라는 글과 함께 조재현의 프로필을 캡처한 사진을 게재하며 실명이 공개됐다.
기실 조재현 관련 루머는 3~4일 전부터 '찌라시'로 돌았지만 당시 소속사는 "잘 모르는 일" "확인이 필요하다" 등의 미온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23일 오후 실명 보도 이후 "확인 중"이라며 여전히 말을 아꼈으나 늦은 밤께 "조만간 공식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놔 의혹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달수 역시 출처 불명의 댓글의 주인공으로 지목됐으나 사흘째 입장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어 대중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 밑에서 실력을 쌓아온, '지금은 유명한 코믹 연기 조연 배우 오모씨'로 지칭된 이의 성추행 행위를 적시한 해당 댓글의 화살이 오달수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속사는 연락조차 제대로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게 의혹을 논란으로 키우는 게 된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암묵적 매뉴얼이 업계
이들의 긴 침묵의 의미는 무엇일까. 설마 많은 이들이 바라지 않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닐까.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