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승룡은 영화 `염력`을 시작으로 올해 활발한 활약을 예고했다. 제공| 프레인글로벌 |
류승룡(49)이 2018년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활약을 펼친다. ‘내 아내의 모든 것’ ‘활’ ‘명량’ ‘광해’ ‘7번방의 선물’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대박을 치며 대세로 떠올랐던 그가 다소 긴 숨고르기 끝에 다시금 속도를 낸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 시작이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염력’은 그가 햇수로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로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아빠가 10년 전 버리고 떠났던 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초능력자로 돌아왔다. 너무나 파격적인 컴백이 아닌가”라고 인사말을 건네니, “나도 날아다닐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갈수록 장르와 소재가 파격적이고 다양해지다 보니 예측 불가의 충무로가 돼버렸다. 내가 따라갈 수 있을지 한계가 느껴질 때도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처음 시놉시스만 듣고 바로 선택했어요. 더빙으로 참여한 ‘서울역’도 그랬지만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들이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소재와 장치들로 엮여 있잖아요. 감독님의 디렉션도 워낙 독특하지만 정확한 편이고 ‘부산행’ 역시 너무 잘 나왔기 때문에 믿음이 두터웠죠.”
작품마다 시나리오를 받을 때면 경건해진단다. 류승룡은 “어떤 배우든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정 기간은 모든 걸 내걸 텐데 나 역시 그렇다. 경력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오히려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캐릭터 하나를 맡는다는 건 한 명의 인생이 다가오는 것인데 그 감정의 블록버스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나와 합일 시킬지 늘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껴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협업, 열정과 바람이 뭉쳐진 작업이기 때문에 제게도 도전 하나 하나가 굉장히 의미 깊고 어깨가 무겁죠. 매번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곤 해요. 그런 면에서 ‘염력’의 경우는 감독님의 디렉션이 워낙 확실하고 섬세해서 생각보단 큰 어려움 없이 즐기면서 임할 수 있었어요.”
↑ 류승룡은 충무로의 다양한 시도와 기획에 흐뭇해 했다. 제공 | 프레인글로벌 |
‘석헌’을 둘러싼 설정과 서사는 지극히 단순하고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만화에 가깝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리얼하고도 묵직하며 한국적이다.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며 철거민 문제 현실을 전면에 녹여내 가벼운 듯 전혀 가볍지 않은 연상호표 현실 판타지로 완성됐다.
류승룡은 “연상호 감독님은 정말 그 색깔과 자신만의 강점이 뚜렷한 분인데 ‘염력’의 경우는 정말이지 감독님의 그런 면들이 잘 집대성 된 것 같다”면서 “철거민 문제라는 우리 사회의 미해결된 문제와 ‘염력’이라는 판타지적 소재, 그것을 부성애와 가족애로 끌어안으며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새삼 놀라웠다. 시나리오에서 내가 느낀 그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것에 다시 한번 존경스럽더라”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가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영화를 보면 마음이 뭉클하고 설레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젊은 친구들은 어떻겠어요? 충무로에 점점 다양한 기획, 다양한 감독님, 작가님들이 포진되면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다양성, 새로운 시도들이 잘 결실을 맺어 훌륭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그것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 역시 그 완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좋은 배우가 돼야겠죠.”
겸손하고도 솔직한 바람이다. 충무로의 대세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있는 그가 말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일까.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는 배우란다.
“한 때는 저 역시 흥행을 꿈꾸고,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 결과를 예측하고, 전전긍긍하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점차 이 협업의 과정이 어떤 결과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는 걸 깨달았죠. 지금까지 어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달려온 건 아니지만 매순간 ‘잘 완주하자’라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진정한 의미의 ‘완주’라는 게 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제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의
류승룡은 지난달 31일 개봉한 ‘염력’에 이어 올해 새로운 작품들을 쏟아낸다. 3월에는 ‘7년의 밤’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선보인다. 이병헌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 ‘극한직업’도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