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스크린 독점 논란 속에서 광기어린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하반기 기대작 ‘택시운전사’가 출격 준비를 마쳤다.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이날 오후 기준으로 스크린 수가 무려 2000개를 넘어서며 최고 스크린 수를 기록했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1991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이로 인해 스크린 독점에 대중의 반발을 사는 등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흥행 성적은 여전히 최상위다.
28일 오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군함도’ㄴ,s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수 155만922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 주말 특수를 감안하면 200만 돌파는 시간문제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다뤘다는 점, 스타 감독인 류승완의 신작,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관심 받아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대작,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 역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모두 마쳤다. 역시나 잊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아픔을 다뤘지만 전혀 다른 결의 감동을 선사하는 ‘택시운전사’는 ‘군함도’의 폭주를 제압할 수 있을까.
오는 2일 개봉을 앞둔 ‘택시운전사’는 앞서 진행된 각종 일반 시사회를 통해 이미 관객들 사이에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명작’ ‘덤덤하게, 하지만 깊이 있는 감동’ ‘할리우드 대작들은 끝났다’ 등의 극찬이 쏟아내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참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피의 한복판에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택시운전사인 김사복, 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980년 5월, 낡은 택시 한 대가 전 재산인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인 만섭(송강호)은 “광주에만 다녀오면 고액의 택시비를 주겠다”는 제안에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손님은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는 독일의 열혈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로였고 신명난 만섭의 눈앞엔 예상치못한 끔찍한 광경이 펼쳐진다.
국적도 성격도 모든 게 너무나 다른 두 남자는 시종일관 티격태격 되지만 한 가지 공통점으로 결국은 둘도 없는 동지가 된다.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다는 것. 그렇게 영화는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와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피터의 ‘도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곧 영화 속 모든 인물들에게도 해당된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은 운동권 출신도, 평소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강건한 사나이도 아니지만, 광주의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역시 ‘대학가요제에 나가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생이 됐을 뿐, 대모를 일삼는 젊은이가 아니었지만, 이들 모두 광주 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두 주인공을 위해 모습을 내걸고 돕는다.
주목할만한 점은 감독이 이 아픔의 순간을 그 자체로만 묘사하지 않고 한 발짝 나아가 진정한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현실이지만 그 안에 소소한 행복은, 우정과 사랑, 가족애, 기본적인 도리는 모두 살아 숨 쉰다. 그것이 영화가 전하는 진정한 ‘희망’. 거창한 정의심이나 비장한 영웅을 노래하지 않는다. 왜 평범한 이들이 비범해질 수밖에 없는지, 비범해진 그들을 통해 현재를,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관객들은 이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묻고 되 뇌 일수밖에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만약 저 순간에 있었다면?’ ‘인간사 별거 있나? 누구라도 저런 상황이라면 뛰어들 것’ 라고. 참담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불씨와 열정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비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셀 수 없는 양의 촛불을 들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외치고
송강호는 이번에도 이름값에 딱 맞는,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는 명연기를 펼친다. 유해진 류준열은 주연 같은 조연으로 진정성 넘치는 연기를, 박혁권 고창석 전혜진 엄태구 등은 카메오 그 이상의 열정을 온 몸으로 뿜어낸다. 오는 8월 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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