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하윤은 `쌈, 마이웨이`에서 사랑이 가득한 백설희를 연기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내 옛사랑은 곱슬거리는 파마머리에 분홍색을 좋아하진 않았을까. 설령 그렇지 않았더라도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 백설희(송하윤 분)는 지나간 연인을 떠오르게 했다. 6년 동안 연애한 김주만(안재홍)의 마음이 변해가는 권태기는 백설희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 가슴 저렸다.
"(백)설희로 사는 동안 송하윤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추억이 많이 쌓여서 행복해요. 그동안 촬영한 뒤 집에 가는 길은 캐릭터와 분리되면서 공허하고 외롭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계속 설희로 살았죠. 32살 송하윤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쌈, 마이웨이' 종영 후 만난 송하윤(본명 김미선)은 파마를 풀었고, 배우들과 제주도 포상 휴가를 다녀온 뒤였다. 백설희의 삶에서 조금 떨어져 나올 법하지만, 장면들을 더듬어갈 때마다 눈물을 글썽였다. 상처투성이가 된 백설희를 애써 잊으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픔이나 상처가 생기면 외면하려고 해요. 들춰내면 아프니까요. 그래서 다들 자신을 위로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자신에게 하지 못했던 응원을 백설희에게 보내고, 다독였던 듯해요."
송하윤에게는 백설희 김주만이 이별을 감지하는 순간부터가 작품의 시작이었다. 송하윤은 "이별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끈을 꽉 잡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흘려보내는 장면 없이 진심을 쏟아내야 했던 것이다. 연애의 설렘이 지나간 자리에 홀로 서 있는 백설희는 그래서 쓸쓸했고, 아팠다.
"감정신이 많아서 대본을 제대로 못 볼 정도였죠. 극 중 어머니와 있는 순간에 (김)주만의 이야기가 나올 땐 눌려진 감정이 한 번에 올라오기도 했어요. 주만이가 장예진(표예진)과 있는 걸 보고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더라고요. 예진이가 너무 예뻐서 더 마음 아팠던 거죠."
'쌈, 마이웨이'는 별다른 스펙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네 명의 인생을 다뤘다. 이들은 사회에서 치이면서도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갔다. 지난해 KBS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를 집필한 임상춘 작가가 쓴 극본은 주변에서 겪을 듯한 대사나 상황을 담아 공감을 끌어냈다.
"16부까지 대본을 본 후 '16권의 좋은 책을 만났구나' 싶더라고요. 저도 읽으면서 시청자처럼 위로 받고 최애라(김지원) 고동만(박서준) 커플을 응원했죠.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할 만큼 현실적이고 섬세한 표현도 많았어요. 엄마 아빠가 자식들을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었죠. 작가님의 글을 너무 사랑했어요."
백설희는 다른 주인공들보다 조금은 달랐다.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게 최우선이 된 분위기 속에서도 "엄마가 꿈"이라고 외쳤다. 엄마가 없었던 최애라에게는 어릴 적 엄마 역할을 하기도 했고, 김주만에게는 끝없는 사랑을 전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백설희였다.
"백설희와 마음가짐이 비슷한 듯해요. 애정 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죠. 사랑이 매우 많아요. 진심으로 주만이 동만 애라를 사랑하면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어떤 감동보다 더 큰 감동일 거라고 생각했죠."
지난 2004년 클래지콰이 '스위티' 뮤직비디오와 MBC '논스톱5'를 통해 데뷔한 송하윤은 13년만에 대표작을 만났다. 아직은 작품이 자신을 선택하길 기다려야 하는 위치에서 좋은 배역을 맡은 것이다. 송하윤은 촬영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했다.
"장예진과 저 사이에 차이를 둬야 했죠. 6년 동안 연애한 백설희는 반짝이는 모습은 없을 것 같았어요. 촬영 2달 전에 염색하고, 검은 머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죠. 원래 곱슬머리과 합쳐져서 지저분해지더라고요. 촬영 때 입은 옷은 5벌밖에 되질 않죠. 바람이 불면 스태프들이 제 머리를 보고 '옥수수수염' 같다고 했어요(웃음)."
송하윤은 "시놉시스를 볼 때부터 설희에게 집착했다. 설희가 가진 마음이 너무 예뻤다"고 했다. 시간을 되돌려 송하윤에게 백설희
"대본을 다시 받는다고 해도 설희예요. 애라는 애라만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죠. 설희를 연기하면서 실제로 분홍색을 좋아하고,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웃음). 자다가 대사를 할 정도로 주만이를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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