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가 참 이 정도 역할을 할 위치가 아닌데…사실 그렇잖아요. 어딜 가도 훨씬 더 큰 롤을 맡을 친구인데 작은 분량에도 불구 너무나 열정적으로 임해줬죠. 처음 호흡을 맞춘 소감이요? 뭐 말이 필요 있나요, 역시나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이 ‘좋은’ 배우죠. -‘택시운전사’ 송강호 인터뷰 중”
“그저 배역에, 영화에 누가 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택시운전사’ 기자간담회 중 유해진의 말”
배우 송강호는 20년이라는 세월에도 불구 처음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유해진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연기적인 부분도, 인간적인 부분도 여러 말이 필요가 없는 친구라며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유해진의 진가는 이렇게 또 한 번 발휘됐다.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참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피의 한복판에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택시운전사인 김사복, 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980년 5월, 낡은 택시 한 대가 전 재산인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인 만섭(송강호)은 “광주에만 다녀오면 고액의 택시비를 주겠다”는 제안에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향하지만 예상치 못한 광주의 끔찍한 광경을 마주하고는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송강호와 유해진의 케미에 관심이 쏠렸지만 사실 영화는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의 브로맨스에 집중돼있다. 유해진은 두 남자가 위기를 뚫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그리고 광주 항쟁 현장 속에서 매일같이 죽어 나가는 시민들을 돕는 평범한 ‘택시운전사’로 덤덤하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조연으로 든든하게 지원한다.
그가 맡은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은 운동권 출신도, 평소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강건한 사나이도 아니지만, 광주의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역시 ‘대학가요제에 나가겠다’는 꿈을 안고 대학생이 됐을 뿐, 대모를 일삼는 젊은이가 아니었지만, 이들 모두 광주 시민들을 위해 그리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두 주인공을 위해 모습을 내걸고 돕는다.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이 해당 사건을 이끌어 간다면, 유해진과 류준열은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인물들이다. 평범한, 상식적인, 자신의 도리를 행하는 자들. 진정 그 지옥같은 현실을 희망으로 이끄는 이들.
영화는 아픔의 역사를 그 자체로만 묘사하지 않고 한 발짝 나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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