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가수 이효리가 자연을 벗 삼아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은 감성을 담은 '블랙'을 발표한다. '이효리' 본연의 소리에 귀 기울인 그는 이제 자신에게만 쏟던 관심을 타인에게 돌리고 있다.
이효리 정규 6집 '블랙'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효리는 이날 마이크를 잡은 뒤 "제주도에서 그동안 주부 생활을 하고, 요가도 열심히 했다. 편안하게 지냈다. 서울 올라와서 2주 정도 지내고 있다. 복잡한 생활을 안 하다가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재밌지만 정신도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블랙' 뮤직비디오에는 드레드 헤어를 한 이효리가 사막 한가운데서 현대 무용을 선보였다. '블랙'은 이효리가 작사, 김도현과 공동 작곡한 곡으로 카메라 렌즈 뒤로 가려졌던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이효리는 "활동 시기를 정한 건 아니었다. 긴 기다림이 언제까지 될지 몰랐다. 자신에 대해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여러분 앞에서 노래를 하고 후배들과 경쟁도 해보고 싶었다. 멀리뛰기하기 전에 뒤로 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블랙' 뮤직비디오를 사막에서 촬영한 것과 관련해서 "60도 가까이 되는 날씨에서 3박4일 동안 촬영했다. 너무 더웠다. 사우나에 있는 기분이었다. 태양의 에너지를 듬뿍 받아서 영상이 잘 나온 듯하다"고 설명했다.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블랙' 외에도 '서울' '화이트 스네이크' '러브 미' 등 총 10곡이 수록됐다. 이효리가 직접 작사·작곡을 비롯해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이효리는 선공개곡 '서울'에 대해 "이전과 달리 우울하고 어둡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동안 밝은 음악을 해서 그런 듯하다"며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를 했던 당시에 작업했다. 서울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살던 고향이 안쓰러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짝이는 멀리있는 별을 서울에 빗대 쓴 곡이다. 도시를 찬양하는 곡도 좋지만, 어두운 단면이나 사람들의 우울한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 사회 분위기가 어두워서 저도 어두웠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타이틀곡 '블랙'에 대해서는 "저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보다보면 컬러감이 많더라. 빨간색 오렌지색 등이 있다. 그런 색깔들을 걷어냈을 때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 사람이 항상 밝을 순 없다. 항상 한쪽 면만 사랑받는 게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블랙'에 대한 설명을 마친 이효리는 앨범 수록곡들을 짧게나마 소개하면서 작업기를 전했다. 이전 앨범들보다 무거워진 분위기였으나 화려한 치장보다는 진솔한 마음을 강조한 트랙들이었다.
이효리는 "관계자들이 '러브 미'를 타이틀곡으로 하자고도 했다. '유고걸'이 벌써 8년 전이다. 똑같은 느낌의 곡을 하면 아티스트로서 도약이 없겠다는 생각에 '러브 미'가 아닌 '블랙'을 타이틀곡으로 했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발매한 정규 5집 앨범 '모노크롬'을 발표한 이효리는 곧이어 이상순과 결혼했다. 제주도에 삶의 터전을 잡은 뒤 연예계와는 거리를 둔 채 살아왔다.
그는 "몇 년 동안 TV에 출연하지 않았더니 동네 꼬마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더라. 시골 아줌마인 줄 알더라"며 "화려한 치장을 해도 이전보다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있었다. 제가 직접 작사 작곡한 앨범으로, 마음을 진솔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4년 만에 새 앨범을 공개한 이효리는 활동에 앞서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제주도의 일상을 공개했다. 아이유는 '효리네 민박'에서 아르바이트로 이효리 부부를 도왔다.
이효리는 "제주도에 살면서 예전의 이효리로 돌아가는 듯하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되뇌고 있다"며 "지난 음악들을 보니 제가 중심이 된 노래가 많더라. 나밖에 보이지 않았구나 싶었다. 제주도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다보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후배 가수들에게 붙는 '포스트 이효리' 수식어에 대해서는 "옛날 식의 생각인 듯하다. 지금은 개성있는 친구들이 많다. 각자의 개성을 봐주면 새로운 누군가가 치고 나올 듯하다"면서도 "아이유가 포스트 이효리인 듯하다.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을 구축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효리는 마지막으로 "'효리네 민박'을 하게 된 것은 직접 말로 하기보다는 제가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영상을 보시면서 마음이 움직이시는 분들도 많더라.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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