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이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자취를 되돌아봤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대중의 앞에 선 배정남을 만났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보안관’에서 에어컨 설비 기사 춘모 역을 맡은 그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솔직하고 맛깔스러운 입담으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뜨거운 관심에 대한 소감을 물으니, “오랜 활동 기간 동안 남성 팬만 있었는데 처음으로 여성팬이 생겨 쑥스럽고 신기하다. 너무나 좋다”며 허허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출연한 ‘보안관’ 팀이 워낙 든든하게 버텨줬기에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어느 것 하나 순탄치 않은 길이었어요. 모델 일을 정말 사랑했지만 178cm라는, 모델로서는 작은 키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고, 서울에 올라와 친절을 베풀어 주는 사람들을 막연하게 믿었다가 사기도 많이 당했어요. 외롭고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준 사람들도 있었죠. 언젠가 이 고마운 마음을 갚을 날이 올까요?”
2002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한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단역 활동을 펼치다 이후 ‘베를린’(2012), ‘마스터’(2016) 등에 출연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오랜 절친인 강동원을 비롯해 ‘보완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성민 등 굵직한 충무로의 배우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그의 성공을 응원했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배정남은 “이성민이 작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면 강동원은 작은 삼촌”이라며 “이 외에도 고마워할 분들이 너무나 많다. 내겐 은인과도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고프고 힘들던 시절, 동원이 형은 늘 제게 맛있는 걸 사주고 응원해주고 고민도 나누는 사이었어요. 처음 형을 봤을 때,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적인 얼굴로 그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인성도 너무 좋은 형이에요. 성공할만한 이유가 다 있죠. 성민 형님을 생각하면 눈가가 촉촉해져요. 인생 선배로서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저를 많이 이끌어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세요. 겉으로 표현을 잘 못하는 제 성격을 잘 아시기에 남모르게 늘 챙겨주세요.”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 고(고) 이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장 힘들 때 너무 많이 도와준 형인데 갚을 기회가 없어 한”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돈 30만원을 들고 상경한 이후 수차례 뒤통수를 맞고 사기를 당했는데, 그 때 처음 제게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준 형이에요. 반지하에서 함께 지내면서 정말 너무나도 큰 힘이 돼 준 형인데 그렇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가슴이 너무 아파요. 형에게 보답하지 못한 게 너무 한이에요.”
그는 과거 마르코 일행과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배정남은 “한동안 그 일로 일종의 꼬리표가 생기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억울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 와서 다시금 그 일에 대해 거론하게 돼 마르코씨에게 미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미 방송을 통해 나간 이야기지만 분명 서로 오해가 있었고 지금은 각자의 삶을 잘 살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고 개인의 삶을 잘 살고 계신 분인데 나로 인해 다시금 거론돼 방송을 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영화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조진웅)를 홀로
김형주 감독을 포함하여 주연 이성민(경북 봉화), 조진웅(부산), 김성균(대구)부터 조연 김혜은(부산), 배정남(부산)까지 모두 경상도 출신으로 맛깔스럽고 자연스런 사투리 연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