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이 세상에 날 가둘 수 있는 감옥이 있을 것 같아?”(한석규)
“넌 존재 자체가 죄악이다. 가라! 넌 지옥이 더 어울려.”(김래원)
올해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프리즌’(나현 감독)이 지난 1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은 한 때 검거율 100%을 자랑하며 ‘저승사자’로 불리는 에이스였지만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 등 죄목으로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다. 특유의 깡다구와 다혈질 성격 때문에 첫날부터 그곳의 제왕, 익호(한석규)의 눈에 띄게 되고 유건의 남다른 근성을 알아본 익호는 유건을 통해 보다 과감한 야욕을 드러내며 더 큰 범죄를 계획한다.
거대 기업의 탈세 혐의를 밝힐 핵심 증인의 사망, 배후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유통,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미제 담당기자의 의문사까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범죄의 ‘소멸’ 지점에서 새로운 완전 범죄가 ‘탄생’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을 구타하고 억압하는 교도관, 그들 몰래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 등 기존 드라마나 영화 속 교도소의 공식과도 같은 설정들은 가차 없이 깨트렸다. 영화 속 교도소는 불편하지만 왠지 통쾌함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판타지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한석규는 이번 작품에서 생애 가장 악랄한 악역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익호는 자신만의 왕국의 독재자이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하이에나의 근성을 지녔다.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고귀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일말의 양심이나 명분도 없이 악행을 일삼는 ‘짐승만도 못한’ 인물이다.
주변에는 그의 무자비한 폭력에 고개를 숙이는 자들만 득실대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도 그를 위해 나서는 이가 없다. ‘의리’, ‘정’이 아닌 오로지 ‘폭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흥미로운 건 바로 여기에 있다. 한석규는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자 의상부터 걸음 거리, 발성, 머리스타일과 눈빛 등의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절대악인’으로의 변화를 꿰하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저런 나쁜 놈은 빨리 천벌을 받아야 해!’라는 느낌 보단 ‘무슨 사연이 있나?’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나?’ ‘저 뒤에 우리가 모르는 반전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자꾸만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이는 한석규라는 배우가 지닌 ‘절대 아우라’(?)의 힘이자 한계가 아닐까 싶다. ‘낭만닥터’를 통해 보여준 거칠지만 가슴 따뜻한, 상대방의 가슴을 치는 깊은 눈빛과 특유의 따뜻함이 녹아있는 음성 때문일 테다.
김래원은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제대로 차려 입은 모습이다. 거칠면서도 정의롭고 가벼운 듯 진한, 복잡한 듯 단순한 감정 선을 리얼하게 표현해낸다. 여심을 자극하는 김래원 특유의 귀여운 악동미와 남자들도 부러워할 상남자의 카리스마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 묵직한 한석규의 아우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제대로 시너지를 낸다.
상식을 뛰어 넘는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 여기에 배우들의 살아 숨 쉬는 리얼한 연기가 더해져 범죄 액션의 디테일함의 끝을 보여준다. 3월 2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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