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김재욱(34)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악역 모태구로 OCN 드라마 '보이스' 후반부를 이끌었다. 모델 출신으로 미남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모태구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를 마련했고, '보이스'는 우아한 악역을 남긴 작품이 됐다.
김재욱은 '보이스'에서 아버지 모기범(이도경 분)의 사회·법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인을 저지르는 모태구로 등장했다. 지난 12일 마지막회에서는 무진혁(장혁) 강권주(이하나)에 의해 추악한 진실이 밝혀져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했다.
OCN은 그동안 범죄 수사극을 제작해왔다. '보이스'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절대 청감 능력을 갖춘 강권주가 핵심 인물이었다. 112 신고센터에서 근무하던 중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진범을 찾기 위해 무진혁과 고군분투했다. 초반에는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를 증거로 범인을 좁혀갔다.
김재욱이 연기한 모태구는 극 중반부터 등장했다. 황경일(이주승) 남상태(김뢰하)가 범인으로 지목됐으나 이들은 모태구를 위해 일했던 이들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끔한 양복 차림에 반듯하게 넘겨올린 머리카락,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의 모태구와 무진혁 강권주의 정면 대결은 잔혹한 살인현장과 얽혔다.
모델로 주목받다가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눈도장을 찍은 김재욱은 '보이스'를 만나기 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에서는 역할에 따라 연기력을 선보일 기회가 한정적이었다.
30대 중반 나이를 지나고 있는 '보이스'에서 남자 배우들이 탐내는 배역인 사이코패스 살인자를 연기했다. 말끔한 옷차림은 그대로였지만, 강권주의 집에서 자신과 얽힌 인물관계도를 보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막고 참지 못하는 장면들은 모태구 캐릭터를 설명했던 순간들이었다.
모태구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서 무진혁을 만났을 때도 김재욱의 연기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살인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무진혁을 향해 "성원청 명물 미친개 형사 실제로 보니 재밌다"며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을 가진 사회층을 보여줬다. 무심하지만 그 속에 살기가 어린 목소리는 '보이스'라는 드라마의 이름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모태구가 살인자가 된 계기가 마지막회에 짤막한 분량으로 설명된 것은 아쉬웠다. 아버지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뒤 반사회적인 인격장애가 깊어졌다는 건 모태구 캐릭터의 뒷이야기를 채우는 것이나 김재욱이 과거의 모태구를 풀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회 전날 새벽까지 촬영에 나선 '보이스'에서 김재욱은 배우로서 가진 능력을 쏟아냈다. 검은 우비를 쓰고 커틀벨로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른 모태구는 김재욱과 만나 OCN 장르물의 흥행을 잇는 작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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