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조금씩 작품을 해나가면서 변화하는 느낌이 든다.”
연기는 늘 넘어야 하는 산이라고 말하는 정우는 이번에도 큰 산을 넘었다. 영화 ‘재심’으로 돌아온 그는 배우로서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재심’은 증거도 없이, 자백만으로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드라마.
200만 돌파를 넘어 꾸준히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고 있는 ‘재심’은 지난 2000년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일명 약촌오거리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영화는 실화와 허구의 절묘한 조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인다.
시나리오를 읽은 정우 역시 ‘재심’에 대한 첫 느낌이 좋았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흥미로움은 배가됐고, 전제적인 흐름과 구성이 잘 짜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실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의 구미를 더욱 자극했다.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기사도 찾아봤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촬영 이후에 봤다. 어떻게 보면 ‘재심’이 다큐멘터리를 그대로 옮기려고 만든 건 아니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길을 만들고 나서 다큐를 찾아보려고 했다.”
극중 정우가 맡은 변호사 ‘준영’은 돈 없고 빽도 없이 변호사 면허증 하나만 믿고 살아온 평범한 소시민이다. 누군가의 상처에 무감했던 한 남자가 현우(강하늘 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와 가까워지면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변호사 캐릭터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의 고정관념이 있지만 기존에 나왔던 변호사와는 다른 지점에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인간적이고 빈틈이 있어 보이는 모습들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속물 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정이 느껴졌고, 점점 정의롭게 다른 길을 택해서 나아가는 모습이, 거기에서 주는 캐릭터가 주는 감동들이 한 몫 한 것 같다.”
‘재심’은 준영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사건의 전말이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버무려진 정우 특유의 위트 있는 연기는 무거워질 수도 있는 소재의 영화에 쉬어가는 타이밍을 제공했다.
“실존 인물의 변호사를 만나고 접하고 에피소드로 인해서 듣는 것도 중요한데 제가 겪었던, 제가 이해할 만한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과연 내가 이 사람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래서 초반에 더 빈틈 있어 보이려고 노력했다. 후반에는 진중한 느낌에 초점을 맞췄다. 변곡점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했다. 시작과 끝날 때 준영의 모습이 완전 달라져 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달라져야 한다는 건 목표였다.”
‘재심’은 진실을 찾기 위해 진심 어린 사투를 시작하는 두 남자의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때문에 정우와 강하늘의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미 몇 차례 다른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는 두 사람은 폭 넓은 연기로 다양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그려가며 몰입을 높였다.
“강하늘과 따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지는 않았다. 소통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니까.(웃음) 친한 연기자와 연기하면 편하게 소통이 된다. 그래서 하늘이와 연기하는데 전혀 문제는 없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성공한 이후 정우는 다수의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지만 ‘재심’은 이전 작품과는 또 다름이 있었다. ‘여러 배우와 함께’가 아닌, ‘배우 정우’가 오롯이 119분을 끌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책임감과 부담감 안고 다른 현장보다 두 배로 ‘한 번 더’를 외치며 연기했다.
“아마 다른 분이 절 좀 끌어주셨다면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 번 더’라는 게 순간적인 컷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고, 힘 있게 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즐거움과 희열을 느낀다. 그러면서 평단에 혹은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고, 조금씩 모든 게 변화한다. 무언가를 알고 나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