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신미래 기자] “배우는 농사꾼이다. 꾸준하게 좋은 씨를 뿌려 수확할 수 있도록 노력할거다.”
배우 조진웅은 영화 ‘해빙’에서 극에 치달하는 감정을 오롯이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해빙’을 “너무 외로운 아이라서 버림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비유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빙’은 연쇄 살인사건, 40대 가장의 몰락 등 어두운 사회를 비추기 있다. 때문에 그는 어두운 영화 색깔에 고심한 듯한 모습이었다.
“앞부분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쌓아 올라가야 확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의도했던 바가 조금 부족한 면이 보였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잘 완주를 한 것 같다. 완성보다는 의도한 방향대로 온 것 같다. (영화에 대한 평가를) 겸허하게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일단 제 문제도 있을 거고, 과도한 의도가 들어가 본의 아니게 깜짝 놀란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끊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조진웅은 관객들이 승훈이라는 캐릭터에 흠뻑 취할 정도로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이끌어냈다. 관객의 호평과 달리 그는 큰 만족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극 초반 기억의 삭제처럼 편집된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 조진웅은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 부은 만큼 ‘해빙’에 대한 누구보다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해빙’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에 (관객들에게) 재밌는 화두를 던진 것 같다. 이번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다르게 오롯이 제 속으로 들어와야 하는 작업이기에 (제가) 낱낱이 드러난 것 같다. 공감보다는 어두운 심리를 느끼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시나리오 볼 때 재밌게 봤다. 이후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승훈처럼) 느낄 수도 있을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깊게 들어갈 줄 몰랐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히 신명나는 일이다.”
영화 속에서 조진웅은 한 인물을 연기했음에도 1인 2역처럼 느껴지도록 다르게 표현해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조진웅이였지만 이번 인물만큼은 숙제와 같았다. 그만큼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승훈을 연기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조진웅표 승훈은 그의 테크닉적인 연기에서 오는 감정일 수도 있지만 의도치 않은 곳에서 짜릿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똑같은 걸음도 (매 컷마다) 다 달라지더라. 배우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 지점까지 가는 게 힘들다. 계산되지 않은 연기였다. 제 표정들을 계산할 수 없다. 대사대로 움직이지 않는 부분도 있기 떄문에 그런 표정이 나올 거라고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통쾌함을 느꼈다. 저도 이 작업을 할 때는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떤 씬도 대충할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 그런 장면이 잘못 연결되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신경을 썼다.”
어떻게 보면 조진웅과 ‘해빙’은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애정이 많이 가는 만큼 ‘해빙’은 배우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 외에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승훈을 100% 이해할 수 없었던 조진웅은 안맞는 옷을 입은 느낌을 받으며 촬영 내내 의문을 가졌야만 했다.
“승훈처럼 극단적인 과정까지 몰고 가게끔 놔두지 않을 것 같다. 대화를 했을 것이다. 처음 승훈 캐릭터를 만났을 때 저랑 안 맞았다. 상황을 통해 이해하려고 했다. 성격적으로 많이 달랐기에 (감정을 끌어 올리는) 과정이 힘들었다. 승훈화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남달랐다. 계산하거나 주어진 상황만 맞닿았을 때 계산은 할 수 없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이번 심적인 에너지가 엄청 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할정도로 감정의 폭이 컸다. 뭔가 바라보고 있는 것도 말할 수 없는 공포, 불안감이 있었다. 그 수치를 미묘하게 건드려야했다. 배우로서 즐겁고 재미났다.”
“(‘해빙’은)너무 외로운 아이라서 버림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들을 할 땐 ‘안 보면 손해일 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선보였다면 이 아이(‘해빙’)는 예민하고, 되게 불안해서 아빠 다리에 숨어 있는 아이 같다.”
쉴틈없이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조진웅은 자신을 농부에 빗대며 꾸준히 활동할 거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연
“배우가 (꾸준하게) 연기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현재도 씨를 뿌리고 있고, 얼마 전에는 농사를 다 짓고 수확물을 걷고 있다. 어떤 선배님이 배우는 농사꾼이라고 하더라. 좋은 열매, 씨를 발판으로 계속 하는 거다.”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