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view] 그들이 함께 걷던 ‘눈길’은 아름다웠으면

“난 한번도 혼자라 생각해본 적 없다”

[MBN스타 김솔지 인턴기자] 생김새, 집안, 꿈, 모든 게 달랐던 두 소녀가 같은 비극을 맞았다.

‘눈길’(감독 이나정)은 학교도 다니고, 글도 읽을 줄 아는 부잣집 막내딸 영애(김새론 분)와 그런 영애를 동경하던 가난한 소녀 종분(김향기 분)이 끔찍한 곳에서 만나게 되며 운명을 함께하게 되는 이야기다.

‘눈길’의 이나정 감독은 제작 단계부터 당시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련된 소품, 의상 그리고 사건까지 모든 부분을 과장 없이 사실적인 방향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는 계속해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꿈을 펼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던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 명을 상대해야 하는 악몽 같은 상황을 반복해야만 했고, 인간적인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차갑게 식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 같은 공간에서도 가로막힌 벽을 사이에 두고 노크를 하며 생사를 확인해야만 했다. 특히 울면서 종분의 부름에 애처롭게 답을 이어가는 영애의 모습은 두 사람의 절박한 마음과 그 속에서 싹튼 뜨거운 우정이 절실하게 다가와는 대목이다.

영애는 종분과 눈길을 걷다 “이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고, 나중에 이만큼 배가 불러서 아이도 낳을거야”라고 말하는 장면도 인상 깊다. 똑 부러지고 야무진 영애가 소박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그리고 그 소박한 꿈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깊이 파고들면서 먹먹함이 일게 만든다.

이나정 감독은 ‘눈길’에 대해 “더 늦기 전에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에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 당시 소녀들이 바람을 적은 기록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던 이 감독은 “집에가면 노래를 부르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다” “좋아하는 오빠와 결혼하고 싶다”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푹신한 이불을 덮고 싶다” 등의 소녀들의 소원을 강조하면서 비극적인 과거를 되짚는다. 3월1일 개봉.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