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디 있으랴마는, 이 정도면 진정 남 보다 못한 관계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한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 싶으면서도 다 함께 있는 그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게 아이러니.
영화 ‘그래, 가족’은 보고 나면 괜스레 내 가족이 떠오르고, 대뜸 전화해 “뭐하냐?”라고 무심한 듯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뻔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없이 가슴이 따뜻해지는, 한 비범한 가족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오낙은 삼 남매가 아버지를 등지고 사는 동안, 홀로 그 곁을 지키면서 형제들을 그리워해왔다. 11살의 어린 나이지만 정신 연령은 가장 어른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형제들을 만났지만 누구 하나 그를 반기지 않는다. 툭하면 고아원에 보내겠다는 협박만 늘어놓는다.
가족이기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면서도,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고 돕고 다독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사실 그건 잠깐일 뿐이다. 오히려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그동안의 미움과 오해는 조금씩 덜어진다. 각자의 삶에 열중하며 겉으로는 무탈한 듯 지냈던 시간보다 지지고 볶고 울고 싸워도 함께 뭉쳐있을 때가 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다. 비단 영화 속에서만 그럴까.
영화는 사실 뻔하다. 가족이라는 관계 아래 각기 다른 개성의 인물들이 모여 수차례 갈등을 겪지만 결국엔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
사건의 해결 과정이나 스토리의 개연성, 각 인물들을 둘러싼 설정 등은 역시나 진부하다. 겉은 차갑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따뜻한 심성의 이요원, 착한 성품에도 불구 욱하는 성질 때문에 늘 말썽인 정만식, 엉뚱 발랄 순수한 성품으로 각기 다른 형제들을 한데 묶는 주인공 막둥이 등 캐릭터 역시 늘 봐왔던 인물들이다.
다만, 감독은 ‘뻔함’의 한계를 억지로 감추려하기 보단 ‘뻔함’의 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놓고 즐기는 똑똑한 방식을 택한다. 덕분에 이 뻔한 설정은 어김없이 관객의 가슴을 관통하고, 메시지는 보다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영화는 가
오는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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