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정도를 모르는 기득권의 악랄함과 그 안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씨종 아모개의 발악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안방극장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역적: 백성을 훔핀 도적’ 2회에서는 장사치들을 따라다니며 재산을 불려 외거노비가 된 아모개 일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주인댁에서 나와 따로 살림을 차리고 아내 금옥(신은정 분)이 임신까지 하면서 그늘 속에 살던 아모개 일가에도 햇빛이 드는 듯했다. 손에 잡힐 듯한 희망에 아모개는 면천을 꿈꿨다.
하지만 희망의 빛은 번개처럼 스쳐가고 깊은 어둠이 몰려왔다. 돈 냄새를 맡은 주인댁은 면천을 위해 아득바득 모은 아모개의 재산을 기어코 뺏을 요량으로 그를 몰아세웠다. 노비가 주인 몸에 작은 생채기만 내도 주인이 노비를 죽일 수 있는, 능상 척결의 시대에서 목숨 대신 재물을 받겠다는 심산이었던 것.
‘아기 장수’ 홍길동(아역 이로운 분)의 분노는 기어코 터지고야 말았다. 미끼를 문 것이다. 결국 아모개는 식솔들을 면천할 재물을 모두 토해내야 했지만 재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금옥이 출산하다 목숨을 잃은 것. 차갑게 식은 아내를 묻고 아모개는 그날 밤 주인댁 조참봉(손종학 분)의 숨통을 무자비하게 끊었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2회에서 휘몰아치는 전개와 굴곡 깊은 감정선을 눌러 담으며 시청자를 사로잡음은 물론,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온전한 모습으로는 버틸 수 없는 기득권의 악랄함을 적나라하게 전하면서 조선시대를 통해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됐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다. 생애 처음으로 노비 캐릭터를 맡아 아모개의 굴곡을 다층적으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자랑하는 신은정(금옥 역), 서이숙(참봉부인 역), 손종학(조참봉 역)은 연륜을 뿜어내며 작품의 허리를 든든히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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