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액션의 신세계가 열렸다.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화끈한 만화적 판타지의 향연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여지는 있으나 지금껏 접하지 못한 신선한 범죄 액션의 탄생임은 분명하다.
한류스타 지창욱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자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의 신작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영화 ‘조작된 도시’가 3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복수극을 펼치는 범죄 액션이다.
게임 세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백수인 ‘권유’(지창욱)는 휴대폰을 찾아 달라는 낯선 여자의 전화 한 통에 돌연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눈을 떴을 땐, 그는 이미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돼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인 ‘여울’(심은경)은 이 모든 게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됐음을 알아내고, 동료들을 모아 권유를 돕는다.
“새로운 스타일의 이야기로 관객과 더 즐겁게 교감하기 위해 흥미 요소는 극대화시키고 권유의 위기 극복 과정은 모험기로 그려내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기존에 봐왔던 한국형 범죄영화의 틀을 깨고 신선한 발상과 색다른 감각, 경쾌한 유머와 볼거리로 승부수를 던진다.
반격의 카타르시스와 간단명료한 메시지, 캐릭터들의 성장기 역시 강력한 관람 포인트. 온 세상이 비난하는 잔인한 살인자가 알고 보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철저하게 누명을 쓴 희생양일 수 있다는 가정, 평범한 아니 사회 부적응자에 더 가까운 주인공이 억울하게 모든 것을 잃고 전 국민이 증오하는 대상으로 조작돼가는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도와주는 동료들과 복수에 나서는 짜릿한 반격이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영화적 상상이 더해져 과장된 그림으로 완성되긴 하지만 결국 영화는 사회 권력과 시스템을 활용해 세상을 마음껏 조작하는 권력층, 그들로 인해 비극적인 희생을 치를 위기에 놓인 약자들, 바로 우리의 사회의 오싹한 이면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사회의 낙오자들이 모여 자신만의 숨겨진 재능과 장기를 발휘해 권력에 복수한다는 반격을 통해 감독은 우리 사회의 결코 놓아서는 안 될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의 위기와 성장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는 ‘악당 브라더스’ 김상호‧오정세의 활약은 이견 없이 단연 최고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은 지창욱과 함께 극 전체를 긴장감 있게 이끌면서도 오싹함과 웃음도 책임진다.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권유’(지창욱)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앞장서는 ‘여율’(심은경)은 게임 속에서는 민폐 캐릭터지만 현실에서는 그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일등 공신. 짙은 스모키 화장에 핫팬츠 등 강렬한 스타일링으로 외적 변화는 물론 팀 내 브레인으로 활약하며 반전의 요소가 꽤 많이 장착돼있지만 심은경이 가진 특유의 색깔에 캐릭터가 묻혀버렸다. ‘써니’ ‘수상한 그녀’에서 느낀 감동을 전혀 넘어서지 못한다. 초보 해커라는 설정과는 맞지 않는 수준급 실력과 휘몰아치는 활약은 짜릿함 보단 공감도를 떨어뜨린다.
이하늬 역시 아름다운 비주얼로 첫 등장은 인상 깊지만 감독의 의도만큼의 잔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악당’ 오정세를 움직이는 숨은 실세로 소개되지만, 그만한 존재감을 느낄 만한 여지는 없다.
전반적으로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치 관객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듯한 신선한 체험은 매력적이나 여성 캐릭터의 활용 및 복수 전개의 개연성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6분. 2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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