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까칠한 수재 의사 강동주 役
"한석규 선배 고민 지켜보고 반성하기도"
"연기하는 게 좋아요. '응사' 칠봉이 이후 '낭만닥터' 강동주 캐릭터 얻어 행운"
배우 유연석은 선배 한석규로부터 많은 걸 배운 듯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 방법부터 여유를 갖고 연기하는 열정 등등이다. 영화 '상의원'으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은 성적이 좋지 못했던 아쉬움을 최근 끝난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로 떨쳐버렸다.
유연석은 "한석규 선배님이 가진 특유의 여유가 있다"며 "시간에 쫓기며 촬영하는 와중에도 여러 동선과 많은 것을 고민하는데, 결과물을 보면 정말 그 시간이 필요했단 걸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시간에 쫓기면서 찍는다는 걸 누구나 알잖아요. 대본 안 나오고 잠 못 자며 찍는 걸 전 국민이 알기에 그게 연기할 때 핑계가 되기도 하는데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고민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어요."
유연석은 한석규와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한석규는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차기작과 인생관, 결혼 등등 다양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단다.
"특유의 목소리로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셨죠. 농담처럼 그 말투를 따라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선배님이 NG 났을 때는 혼자 막 웃으시는데 어떤 때는 귀여우시더라고요. 끊임없이 조언도 해주고 고민도 같이 해주시며 이야기를 많이 나눠 좋았어요. 제게 취미는 뭔지, 어떻게 살 건지, 결혼은 언제 할 건지 등등을 여쭤보셨죠. 결혼 대답은 뭐라고 했느냐고요?(웃음) 전 기약 없다고 했죠. 그러니 선배님이 '그냥 빨리해. 무척 좋아'라며 웃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은 생각 없어요. 하하하."
"저는 20대부터 정말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쉴 시간이 없었는데 뮤지컬에 참여한 뒤 쉴 시간이 있어서 많은 생각을 했죠.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는데 '내가 관심받고 성적이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게 됐어요. 결론은 내가 쉬는 시간이 어색했는데 이번에 또 작품을 하고 나니 이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는 것이죠. 물론 다음 작품 성적이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르겠지만 이 일을 좋아하고 이 일에 대한 의미라는 걸 느끼고 있어 고민과 걱정은 던 것 같아요."
까칠한 '흙수저 수재 의사' 강동주는 기존 유연석이 맡았던 캐릭터와는 달랐다. 그는 "'낭만닥터 김사부'는 내게 이런 모습도 있고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며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이 작품 속에 있었는데 스스로에게도 질문한 작품이다. 배우이자 인간 유연석에게 또 다른 의미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로맨스 향기를 풍긴 서현진과의 호흡도 행복한 기억이다. 그는 "로맨스 연기신을 준비하는데 서현진이라는 배우가 나를 설레게 하고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의학드라마라 그렇게 많은 멜로신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예쁘게 봐줬던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한 회에 멜로는 두세 신 정도였다. 언제부턴가는 다른 수술 신보다는 잠깐잠깐 있는 멜로 신에 공을 들인 것 같다. 수술신은 촬영하면서 시간도 단축되고 노하우도 쌓이는데 멜로신은 노하우가 없어 신마다 작은 감정을 만들어야 하니 신경을 써서 찍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나치지도 않았고, 아쉽지도 않다"고 웃었다.
유연석은 드라마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내레이션 뒷이야기도 전했다. 원래 계획은 제삼자의 인물이 내레이션을 하는 것이었는데 방송을 얼마 안 남기고 첫 회부터 유연석이 하는 걸로 낙점됐다.
"시청자들이 시즌2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하고 싶어요. 꼭 의학 드라마가 아니어도 이 팀이라면 다른 장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응사' 칠봉이 이후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라는, 또 하나의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 얻게 돼 행운인 것 같아요."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