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방송인 이휘재가 참석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진행으로 시상식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상식 주인공들은 당황하거나 얼굴이 굳었고,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불편함까지 느껴야 했다.
이휘재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6 SAF 연기대상(SBS 연기대상)에서 패딩 점퍼를 입고 있는 성동일에게 "PD인가, 연기자인가 헷갈릴 정도로 의상을 당황스럽게 입고 왔다. 옆에 계신 분은 PD 맞죠? 형님은 배우시죠?"라고 말했다.
성동일은 굳은 얼굴로 이휘재를 바라봤고, 장근석 민아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애써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이휘재는 성동일이 특별연기상 판타지 부문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오자 "추우셔서 점퍼를 입으셨던 것이다. 드라마의 연출 겸 배우시다"고 소개했다.
그는 박성웅이 장르드라마 부문 특별 연기상을 받으면서 성동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도 "성동일은 피디가 맞다"고 갑자기 끼어들어 빈축을 샀다.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이준기 아이유에게는 "두 사람의 사이가 수상하다"고 했으나 아이유가 장기하와 공개 연애 중이기 때문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
이휘재는 올해까지 4년 연속 SBS 연기대상 사회자를 맡았다. 방송 경력뿐 아니라 시상식 사회 경험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한 방송사에서 4년 동안 그를 신임한 건 가수 겸 배우 장근석과 걸스데이 민아와 호흡을 맞추면서 매끄럽게 진행을 해달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휘재는 자신을 낮추기보다는 상대를 '개그의 도구'로 삼았다. 성동일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예상치 못한 지적에 당황했다. 축제의 자리에 참석한 배우에게 충분히 기분 나쁠 만한 언행이었다. 시상식을 진행해야 하는 사회자가 오히려 행사를 방해하는 꼴이 됐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시상식에서 적절한 개그는 진행 흐름을 도와주는 윤활유가 된다. 그러나 이휘재가 보여준 아슬아슬한 진행은 성동일의 굳은 표정과 맞물리면서 시상식 외적으로 불을 지핀 논란이 됐다.
이휘재의 강요하는 듯한 '일방향 개그'는 참석자는 물론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은 맥을 끊는 그의 진행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참석자들이 이휘재의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시상식은 실시간으로 전국의 시청자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을 보는 시청자들은 각 작품과 배우들에게 애정이 있는 이들이다. 고생해서 작품을 만든 제작진과 배우에게 언제라도 박수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 시상식 주인공들의 수상 여부 외에도 카메라에 배우들의 환한 미소가 잡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휘재의 마이크 속 멘트에 시상식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웃어넘길 수 있어도, 시청자의 불편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기에는 이휘재의 진행은 한결같이 외줄을 타는 듯했다.
이휘재도 억울한 측면은 있을 것이다. 웃음을 위해 던진 농담이 언제나 적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편집이 없는 생방송 시상식에서 작은 실수도 크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자가 꼭 웃음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사회자'라는 뜻 그대로 큰 행사의 진행을 순탄하게 이끌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휘재는 결국 시상식 다음 날인 1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일단 모든게 제 과오이고 불찰이니 입이 몇 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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