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저 13년간 연기했는데도 ‘여교사’를 찍을 땐 처음 느낀 감정들이 너무나도 많았어요.”
한 글자 한 글자 입 밖으로 내놓을 때마다 알을 깨고 세상에 처음 나온 새끼 새 마냥 조심스러워 했다. 신세계를 만난 듯한 표정이었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는 배우 유인영에게 ‘터닝포인트’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유인영은 오랜 배우 생활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여교사’를 논할 때 한없이 진지해졌다.
“그동안 전 연기에 있어서 많이 타협하는 편이었어요. 주연이 아닌 이상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위해선 욕심 부릴 시간 없이 타협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김태용 감독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캐릭터에 대해서도 적극 조율했어요. 이렇게 동등하게 작품에 임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여교사’ 촬영이 끝나니 ‘이젠 내가 욕심부려야 할 것은 챙겨야 하겠구나’란 깨달음을 얻었죠.”
이런 내적 변화가 영화에도 반영된 것일까. 극 중 혜영이란 캐릭터는 유인영이 그간 맡아온 ‘철없는 깍쟁이’ 캐릭터들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었다.
“감독이 특정 디렉션을 주기 보다는 저와 얘기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맑고 순수한 소녀 느낌을 원했는데, 이게 너무 과하면 맹해 보이거나 철없어 보일 수도 있었거든요. 악역이었지만 가해자가 아니라 ‘네가 날 건드렸으니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편집도 잘 되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잘 다듬어져서 좋았어요.”
개봉이 1년 반 가까이 연기됐지만 작품과 김 감독에 대한 믿음 덕분에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오히려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던걸요? 왠지 모를 자신감에 독특한 영화가 나올 거란 생각도 막연하게 들었고요. 역시나 뭔가에 치우치지 않고 메시지가 명확한 작품이 됐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이었죠.”
베드신과 엔딩도 김 감독 특유의 절제된 연출이 돋보였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베드신은 감독의 의도대로 딱 맞아떨어졌어요. 촬영하면서도 ‘이 장면이 이슈가 되거나 자극적으로 비치긴 싫다. 이건 사건의 하나일 뿐이다’고 강조했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정말 뜻한 대로 잘 됐구나 싶더라고요. 엔딩 역시 전혀 상상치 못했던 방향이라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이었고요. 정말 ‘여교사’다운 결말 아닌가요?”
개봉 전부터 ‘파격적인 문제작’이란 시선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높은 관심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열기가 개봉 뒤에 훅 꺼질까봐 무섭기도 하면서 한편 좋기도 해요. 관심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쁘죠. 김하늘 선배랑 ‘영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맨날 얘기한다니까요.”
마지막으로 ‘여교사’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자가 타이틀인 영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데, 이 시나리오가 제 손안에 들어온 거잖아요? 하하. ‘여교사’로 기존 제 캐릭터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어서 만족해요. 또 개인적으로도 처음 느낀 것들이 정말 많았던 것 작품이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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