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맨으로, 배우로 활약 중인 임하룡은 영원한 우리들의 ‘젊은 오빠’였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의 ‘깽스맨’ 코너에서는 ‘개그계의 대부’ 임하룡이 히든카드로 등장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다. 그는 ‘큰형님’으로 등장, 우승에 도전하는 ‘깽스맨’을 지원사격했다.
26년 만에 코미디 무대에 오른 그는 녹슬지 않은 감각으로 후배들과 어우러졌다. 그는 양세형의 ‘오지구요, 지리구요’라는 유행어를 듣고 질색하면서도 자신의 유행어인 “쑥스럽구만”을 연발하며 추억의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아 모두를 폭소케 했다.
↑ 사진=MBN스타 DB |
참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그다. 그럼에도 임하룡의 개그는 낯설지 않다. 그의 연기처럼 푸근한 임하룡의 개그를 앞으로도 볼 수 있을까. 간만에 ‘본업’으로 돌아온 임하룡의 과거와 현재, 코미디언과 배우로서의 임하룡을 살펴본다.
◇ 유행어만큼 눈부셨던 ‘코미디언’ 임하룡
임하룡(본명 임한룡)은 1973년에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어 아르바이트 삼아 밤무대 MC를 봤는데 입담 좋기로 소문나 81년 KBS 코미디언 특채로 개그를 시작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임하룡은 1980년~90년대 ‘쇼 비디오 자키’ ‘유머1번지’ ‘한바탕 웃음으로’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코미디언이 됐다.
임하룡은 ‘변방의 북소리’ ‘청춘을 돌려다오’ 등에서 빛을 발했다. ‘청춘을 돌려다오’에서 임하룡은 나이를 잊은 ‘젊은 오빠’로 등장, 전형적인 노인인 전유성과 콤비를 이뤘다. 당시 유행어로 ‘일주일만 젊었어도~’ ‘얜 무슨 말을 못하게 해~’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임하룡의 앞에는 ‘젊은 오빠’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랐다.
심형래, 양종철, 오재미 등과 ‘개그 전성기’를 이끈 것도 바로 임하룡이었다. 임하룡은 ‘내일은 챔피언’이라는 코너에서 이들과 함께 콩트 연기를 펼쳤다. 이외에도 ‘도시의 천사들’에서 ‘쉰옥수수’, ‘추억의 책가방’에서 ‘다이아몬드 스텝’, ‘내일은 챔피언’에서 ‘코치’, ‘봉숭아학당’에서 ‘선생님’, ‘귀곡산장’에서 이홍렬과 함께하는 등 다양한 코너로 시청자의 웃음을 책임졌다.
특히 임하룡은 까불대는 캐릭터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코미디언으로도 유명했다. 이 때문에 정치 풍자 코미디부터 슬랩스틱까지 코미디의 각 장르에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고, 후대의 많은 개그맨들의 롤모델이 되면서 ‘개그계의 전설’로 남게 됐다.
◇ 코미디언의 전설이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KBS 코미디대상(1989,1991), 한국백상예술대상 코미디대상(1986) 등에 빛나는 코미디언 임하룡은 돌연 코미디 무대에서 내려와 배우로 전향한다. 2000년 KBS2 ‘개그콘서트-봉숭아 학당’의 선생님 역을 마지막으로 개그 무대에 나타나지 않게 된 것.
그는 이후 2011년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해 그 이유를 밝혔다. 임하룡은 “선배들의 뒤를 이어 콩트 코미디의 대를 잇고 싶었지만 점점 설 무대가 없어졌다. 한순간에 출연할 프로그램이 다 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후배들의 길까지 막을 수 없었다”고 회상하며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슬퍼했다.
그런 임하룡은 연극배우 출신으로 평소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연기를 하면 코미디도 언젠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영화판에 뛰어든다. ‘묻지마 패밀리’(2002), ‘아는 여자’(2004) 등 다양한 영화에서 카메오 출연 및 조연으로 활동하던 임하룡은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에서 장영희 역으로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 사진=웰컴투동막골 스틸 사진 |
이후 그는 영화 ‘원탁의 천사’ ‘맨발의 기봉이’ ‘내 사랑 내 곁에’ ‘나는 아빠다’ 등에서 이웃과 같은 푸근한 이미지로 출연하게 됐다. 드라마 방면에서도 ‘오버 더 레인보우’ ‘최강칠우’ ‘볼수록 애교만점’ 등 코믹과 친근한 이미지를 오고 가는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로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임하룡은 수상소감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딱 제 나이 무렵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제가 잘 되는 모습은 미처 보지 못하시고 말썽 피우는 모습만 보고 돌아가셨다. 살아계실 때 눈물이 많은 아버지가 못마땅했는데 저도 눈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푸근한 아버지, 정 많은 아버지로 연기한 그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 후배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준 ‘대부님’
임하룡은 개그와 연기로 인정을 받았지만 후배들에게는 남다른 통찰력과 이해심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 ‘감자골 사태’가 있다.
1992년 방송사의 혹사에 못 이겨 보이콧한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에 당시 코미디언들은 오해를 하고 그들을 몰아세웠다. 임하룡만은 유일하게 “그 아이들도 성인인데 그렇게까지 하는 건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며 이들을 옹호해 훗날 김국진과 김용만은 임하룡에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 사진=승승장구 방송 캡처 |
이경애 또한 임하룡의 깊은 배려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경애는 한 프로그램에서 “과거 제 첫 번째 결혼이 끝나자 친한 사람들이 공격자가 됐다. 방송국 동료들 사이에서 헛소문이 퍼졌고, 이를 막아준 유일한 사람이 임하룡이다. 그가 ‘너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직접 봤어?’라며 후배를 혼냈다”고 회상하며 그를 향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은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후배를 말없이 뒤에서 돌본 임하룡은 영화배우로서도 ‘신인’의 자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코미디언으로 최고의 자리를 찍은 임하룡은 그 ‘빛’을 잠시 내려놓고 아주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이 과정에서 임하룡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영화배우로서, 개그맨으로서, 선배로서, ‘신인’으로서 늘 최선을 다하는 임하룡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그런 그가 26년 만에 코미디 무대로 돌아왔다
그런 그가 tvN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26년 만에 코미디 무대를 밟았다. 당시 분위기는 가히 폭발적. ‘코미디 빅리그’ 박성재 PD는 임하룡의 활약에 “명불허전”이라 표현했다.
박 PD는 “문세윤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임하룡 선생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평소 ‘코미디 빅리그’에 정말 나가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에 문세윤이 부탁을 했고, 임하룡 선생님께서 흔쾌히 이를 수락해 무대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 사진=코미디빅리그 방송 캡처 |
임하룡은 26년 만의 무대에 긴장했다고. 박성재 PD는 “엄청 오랜만에 하셔서 떨린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역시 무대에 올라서니 그 누구보다 재밌게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 PD는 “임하룡 선생님은 정통 코미디 연기를 했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연기를 정말 잘 하신다. 정극 연기를 하기 때문에 웃길 부분과 받쳐주는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연기를 하신다. 어찌 저희가 임하룡 선생님의 연기를 논할 수 있겠는가”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임하룡의 복귀는 가능할까. 박성재 PD는 임하룡에 대해 “코미디를 정말 좋아하시고, 복귀를 하고 싶어 하신다”고 말했다.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없기에 이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배우와 코미디를 모두 다 해낸 임하룡. 그는 코미디언들을 향한 편견을 깼고, 26년 만에 무대에 섰는데도 최고의 개그를 선보였다. ‘전설’ 임하룡의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