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 악령 씐 소녀 영신 役
"한 달에 오디션 19개 본 적도 있어요"
"외모 포기, 또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되죠"
"전형적인 미인 아니어도 좋다는 말에 용기"
누적관객 350만명을 동원하며 순항 중인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흥행은 배우 박소담(24)의 공도 크다. 교통사고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소녀 영신은 후반부 주인공과 다름없다. 악령이 씐 소녀 영신은 두 사제와 40여 분간 위험한 예식을 벌인다.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박소담의 연기에 소름 돋을 정도다.
이전에는 박소담을 향한 편견이 있었다. '왜 이렇게 밀어주지?', '고평가된 것 아냐?' 등등. 이유는 영화 '베테랑'과 '사도'에 이어 '검은 사제들'까지 소위 '잘나가는' 영화에 얼굴을 비쳤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여배우를 기용한 데 어떤 이유가 있는 듯 의심을 한다.
하지만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알고 보니 연기 욕심이 강해 수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닌 이유밖에 없었다. 당당히 오디션으로 뽑혔고, 올해 많은 영화로 인사하는 것뿐이다.
"학교 다닐 때 단편, 독립영화 작업을 꾸준히 했었어요. 학교도 재미있었는데 더 큰 세상에 나가야 하는데 제가 뭘 잘하는지 몰라서 여기 저기 다양한 작품과 배역 오디션을 봤죠.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오디션을 다 본 것 같아요. 떨어지기도 엄청나게 떨어졌죠. 4년 동안 열심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좌절하기도 했죠. 작년 한 해는 많이 무너지고 또 많이 쌓아올린 시기인 것 같아요."
'검은 사제들'도 오디션을 통해 2000명을 제쳤다. 3차 오디션까지 봤다. "2차 때 구마의식 일부분을 연기했는데 사자 소리, 개 짖는 소리,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궁금했고 호기심을 자극했죠. 3차 때는 외국어 파일을 보내주셔서 그걸 연습했어요. '됐다'고 말씀 들었을 때 그제야 삭발에 대한 걱정, '이 역할 진짜 내가 할 수 있을까?' 등 고민이 됐지만 또 언제 이런 역할을 했을까 마음을 다잡았죠. 아주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외모를 포기해야 했다. 선배 김윤석은 "딸 가진 아빠의 마음으로 부모님에게 이 영화 보여주지 말라"고 했을 정도란다. 박소담은 "부모님이 놀라실까 봐 촬영 현장 사진을 보내드리곤 했다"며 "그런데 '평상시랑 다를 바 없는 우리딸'이라고 하시더라. 평상시엔 안 그런데 이상했다"고 웃었다. 유명 여배우가 되면 '검은 사제들' 영상이 나중에 자료 화면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이런 모습도 있고, 아주 아주 멀쩡하게 나오는 작품에 출연해 상쇄하면 그뿐"이라고 또 웃었다. "관객분들이 '검은 사제들' 모습만 보고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이 영화에서 이상하게 보이는 건 연기니까 상관없어요. 하하."
"처음에는 제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18살 때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무대에 서고 싶어서 연기한 거거든요. TV 카메라 앞에는 눈 크고 예쁜 얼굴들의 여자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원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앞에 서기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했는데 저를 보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교정기도 끼고 있었는데 좋아하셨죠. 임오정 감독님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첫 단편이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쟝센단편영화제에도 출품됐고, '전형적인 미인만이 아니라 소담씨 같은 얼굴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역할로 만나자' 등 좋은 말씀들을 해줘서 그 이후에 용기 내 계속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얼굴은 영화 속과는 확연히 다르다. 앳되다. 박소담은 "이제까지 참여한 모든 작품 중 한두 개만 빼고 다 고등학생 역할이었다"며 "동기들이 힐 신고 예쁘게 나오는 걸 보고 부러워한 적도 있다. 지금 내 나이에 맞는 다른 역할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연기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다. 드라마 '처음이라서'에서 풋풋한 스무 살 연기를 해봤는데 좀 더 내공을 쌓아 깊이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제대로 주목받았기에 "다음 작품 출연이 부담된다"고도 솔직히 털어놨다. "누군가에게는 기대감도 높아졌을 것이고, 또 보여드려야 하는 모습도 있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