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잭맨이 악당으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네버랜드를 장악한 독재자 ‘검은 수염’으로 변신, 피터팬과 운명을 건 한판 대결을 펼친다.
10월 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 ‘팬’(Pan)에서다.
‘팬’(조 라이트 감독)은 피터팬이 탄생하기 전 이야기다. 피터(리바이 밀러)와 타이거 릴리(루니 마라), 후크(개릿 헤드룬드), 그리고 검은수염(휴 잭맨)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중에서도 악역 ‘검은 수염’은 원작에서 단 한줄로 표현된 인물. 존 라이트 감독은 짧게 표현된 이 인물에 과감한 상상력을 부여해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배역의 리얼리티를 위해 삭발에 긴 수염까지 기른 휴잭맨은 1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존의 해적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며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예측불허한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검은 수염을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인데 아역 배우들과 너바나의 ‘Smells Like a Teen Spritt’을 함께 부른다. 열한 살짜리 꼬마들과 노래를 같이 부른다는 게 무척 흥미진진한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는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많은 동시에 어른들에겐 동심을 일깨워준다”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아이가 된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도입부를 가장 좋아해요. 피터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피터가 어떻게 네버랜드까지 오게 됐는지 보여주는 부분도 좋아요. 영국을 시작으로 우주를 지나 네버랜드로 도착하기까지 정말 아름답게 표현되었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보게 될 거예요.”
기존 ‘피터팬’ 영화들과 ‘팬’의 차별점도 소개했다. 휴잭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내용이 아니고 캐릭터들도 아니다. 후크는 손에 갈고리가 없고 피터는 하늘을 나는 법을 아직 모른다. 초록 타이즈도 안 입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팬’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제임스 메튜 배리의 동화 ‘피터팬’을 원작으로 했다. ‘피터팬’은 영화, 뮤지컬, 소설 등 다양한 대중문화로 10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다. 이번 영화는 꿈과 희망, 모험의 아이콘인 영원한 소년 피터팬 탄생 이전과 네버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프리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휴 잭맨을 비롯해 가렛 헤드룬드, 루니 마라, 레비 밀러,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 출연했다. 한국배우로는 나태주가 출연해 트램블린 위에서 와이어 없이 액션 연기를 펼친다.
휴 잭맨은 “트램블린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그렇게 빠른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다음 울버린은 나태주 군이 맡아도 잘할 것 같다”고 호평했다.
4000대 1의 경쟁율을 뚫고 주인공 피터 역을 맡은 호주 출신 미소년 배우 리바이 밀러의 무공해 연기도 인상적이다.
연출은 ‘안나 카레니나’ ‘한나’ ‘오만과 편견’ 등 고전 로맨스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조 라이트 감독이 맡았다.
-진지한 영화를 주로 했는데, 이번에 어린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조 라이트 감독)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는 주고객층을 어른으로 봤다. 그러다 내가 아빠가 되었다. 아이들과의 애착 관계, 아내와의 사랑 등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 속에 피터팬과 엄마와의 애틋한, 서로 그리워하는 관계를 그리게 되었다.”
-피터팬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다수 만들어졌다. 이번 ‘팬’은 어떻게 다른가.
(휴잭맨) “원래 아이디어는 원작에서 따 왔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 캐릭터들은 완전한 재해석이다. 그 원작에 있는 아주 작은 검은 수염을 갖고 새 틀을 짜냈다. 원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내포하고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이번 작품에서 그것을 가장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적인 친한 배우다. 한국 방문 계획은?
(휴잭맨) “한국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꼭 갈 거다. 혹시 모를까봐 얘기하는데, 서울 홍보대사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로부터 비롯됐다. 이버지가 한국에서 몇 년 사셨다. 그리고 돌아오신 다음에 ‘경제 미래는 한국에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한국 문화나 전통, 음식에 관심이 많다. 딸 아이가 한복을 입고 학교엘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개도 한복을 입고 있다. 숫컷인데 한복 저고리를 입고 있다.(웃음)”
-‘팬’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다. 실제 아이들 교육에선 어떤 점을 강조하나.
(휴잭맨) “내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주고 용기를 주셨다. (아버지는) 저와는 굉장히 다른 회계사 일을 했다. 회계사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성장했다. 그게 굉장히 좋아보였고 그 말을 내 자식들에게도 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에 열심해 매진하라’고 하고 싶다. 덧붙여서 ‘타인을 존중해라, 타인을 무시하지 말고 이기적으로 본인 것만 쫒지 말고 상호 존중하며 열심히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피터팬’ 리바이 밀러도 호주 출신이다.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나.
(휴잭맨)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내게 역량을 알아보는 재능이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니까. 첫 테이프는 호주식 발음이었는데 두번째 테이프에선 영국식 발음 흉내를 아주 잘 내서 몰랐다고 하더라. 4천개 정도의 오디션 테이프를 보다 (제작진이) 지쳤는데, 바로 이 아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리바이는 가정 교육을 잘 받은 아이다. 겸손하고 공손하고 어른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아 오히려 처음엔 어색할 정도였다. 역시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티가 났다.”
-첫 장편 영화인데 휴잭맨을 제외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워너비 스타가 있다면
(리바이 밀러) “이렇게 큰 영화에 출연하게 돼 신나고 흥분된 일이었다. 휴잭맨은 롤모델이고 휴잭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휴잭맨을 제외하면 닮고 싶은 배우가 여러 명이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하고 싶은가. 그때는 부쩍 성장해 있을텐데.
(리바이 밀러) “당연히, 두번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세월이 지나면 성장할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감독님에게 물어봐야겠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휴잭맨) “9년 전 니콜 키드먼과 이런저런 얘길 하다 기억에 남는 말을 들었다. ‘역량있는 감독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감독과 일 할 기회를 만난다는 건 지나치게 어려운 기회다. 처음 ‘팬’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감독이 조 라이트란 얘길 듣고 더 좋았다. 그 어떤 캐릭터를 하라고 해도 촬영에 응했을 거다.”
-이런 악역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휴잭맨) "감독의 해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의 눈에서 볼 때 어른들은 참으로 변덕스럽고 무서운 면도 있고 우스운 면도 있다. 아이들의 눈에서 해석하면서 만들어내는 캐릭터들, 이런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전작 ‘채피’의 악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외모다. 전작에선 머리가 풍성했다. ‘팬’의 검은 수염 캐릭터는 대머리다. 아마 우리 가족들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웃음)"
-한국 배우 나태주는 어땠나.
(조 라이트 감독) “이런 무술 전문가는 처음 만났다. 연기력과 무술실력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젊은 친구였다. 정말 무술실력이 대단해서 어떻게 인간의 신체로 저런 걸 해낼 수 있을까, 정말 놀랐다. 액션으로는 흠잡을 데 없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해냈다. 단, 타이거 릴리를 안아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소년처럼 너무나 부끄러워 해 (그 장면만) 촬영하기가 어려웠다.”
(휴잭맨) “정말 대단했다.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트램블린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그렇게 빠른 사람은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