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채빈입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MBC 드라마 ‘화정’에서 장렬왕후 역으로 인사드렸어요. 인조를 연기한 김재원 오빠의 아내로(!) 나왔죠. 제가 올해 고3이에요. 그래도 주말에 촬영하고 학교 나가고 하면서 학교도, 촬영도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답니다! 체력적으로 안 힘드냐고요? 아직 팔팔한데요.(웃음)
◇ ‘화정’, 짧았지만 참 좋았던 기억
‘화정’은 한 5회차 정도 나왔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한 게 아니라 중간투입이다보니 걱정이 많았죠. 혼자 어색할까 걱정했어요. 아무래도 다들 어른 분들이니.(웃음) 하지만 감독님들, 조감독님들 같은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이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잘해주셔서 정말 편하게 찍었어요.
제가 극중 장렬왕후를 맡았는데요. 실제 장렬왕후도 15살 때 시집을 가서 궁궐생활을 했답니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된 셈인데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 ‘중전’이잖아요.(웃음) 화려한 한복 입고 비녀, 장신구로 예쁘게 한 것도 처음이에요.
역사 속에서는 인조(김재원 분)의 후궁인 소용 조 씨(김민서 분)의 온갖 계략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인데, 드라마에서도 소용 조 씨와의 대립이 조금 들어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장렬왕후가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회차는 짧지만 정명공주(이연희 분)를 결정적인 순간에 돕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뿌듯해요.
저의 남편(!) 김재원 오빠와는 더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었는데 촬영 장면들이 하필 인조가 아파서 병상에 누워있는 그런 장면들뿐이었어서.(웃음) 그래도 마지막에 김재원 오빠께서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며 아쉬워해주시고, “나중에 또 작품 함께 하자. 동안관리 열심히 하고 있겠다”고 장난도 쳐주셨어요. 저를 많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나중에 꼭 좋은 작품으로 다시 뵈었으면 좋겠어요.
세트장에서 공부 삼아 다른 배우 분들 촬영하는 걸 모니터로 많이 봤거든요. 그 중에 조민기 선배님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대본을 읽고 드라마로 그 장면을 보는데 대사가 다르더라고요. 현장에서 조민기 선배님께서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시고 그러셨대요. 확실히 오랫동안 연기를 하셔서 정말 달라요. 조민기 선배님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소름 돋더라고요.
◇ 꾸준히,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하고 나서 지금까지 쉬지는 않았어요. 오디션도 계속 보고 했죠. 엄마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셔서 성장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오빠가 그걸 어린이 모델 사이트에 올렸는데 연기학원에서 전화가 왔더래요. 엄마가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사실 그냥 광고처럼 전화한 걸 수도 있었는데 그 전화 한 통에 ‘내 딸 재능있나보다’ 싶었다”며 절 놀리세요.(웃음)
어렸을 땐 여군, 여경을 꿈꾸기도 하고 승무원도 생각해봤죠. 한참 사춘기였을 때에는 연기가 어렵기도 하고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혼자 걱정도 많이 했어요. 안 맞는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모든 직업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배우잖아요. 그리고 배우의 길로 승부를 한 번 봐보고도 싶었고요. 지금은 확고해요.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전에 그런 생각이 나요. 어렸을 때 오디션에 떨어지고 한 번은 울면서 ‘나도 붙으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왜 안 뽑아주냐’고 말했던 게요. 욕심을 내면서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수많은 오디션을 거치면서 제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하는 것’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죠. 조급한 것에서 여유로움을 찾는 계기가 됐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드라마 ‘김수로’에서 (박)건태 오빠와 함께 나왔었는데요, 그 때 저는 중간에 죽는 캐릭터였어요.(웃음) 이상하게 그 역할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오디션을 치러서 붙어야 했고, 그 작품으로 저를 좀 더 알릴 수 있게 됐거든요. 연기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고.(부끄럽지만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반응들이 신기하고 재밌고, 제게 힘이 되기도 해요.
◇ ‘아역배우’로서의 고민과 행복
지금까지 아역배우로 살아왔는데요. 친구들 반응은 어떠냐고요? 어렸을 때부터 같이 다녔던 친구들은 익숙하죠. 가끔 놀리기도 하고.(웃음) 고등학교 처음 올라왔을 때에는 확실히 신기하게 보긴 하더라고요. 촬영 때문에 부득이하게 학교를 가지 못하면 ‘우와, 신기하다’ ‘연예인 같다’하고.(웃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에도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소문이 또 나서 선배부터 동급생들까지 저희 반에 구경을 오기도 하고.(웃음) 가끔 ‘친해지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나를 진짜 잘 알아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다 해결해주더라고요. 시간 지나니 다 편하게 해주고 친구로 대해주고.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웃음)
‘아역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때도 있죠. 나이가 어리다보니 학생 역할을 하거나 누구의 아역을 하게 되잖아요. 한 번쯤은 저도 길게 끝까지 나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아역을 한 게 나쁘지만은 않아요. 모든 배역에 나름의 의미가 있고 배우는 게 있거든요.
↑ 사진=곽혜미 기자 |
가끔은 아역 이미지가 강하게 남으면 벗어나기 힘들다는 말을 듣긴 해요. 저도 걱정이 될 때도 있죠. 물론 성인이 되면 그만큼 책임감, 의무감이 많이 생기고 부담감도 커지겠지만요. 지금은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인 것 때문에 답답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좋은 작품 꾸준히 해서 성인 때 좋은 연기 보여주자’ 생각해요. 지금은 참고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 저도 ‘믿고 보는 채빈’, ‘믿보채’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두루 살펴보면 ‘저 배우는 이런 이미지야’ 이런 게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저도 ‘저 역할에는 채빈이가 하면 딱이야’라는 그런 이미지가 잘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나중엔 전지현 언니가 한 ‘별그대’ 천송이 같은 활발하고 웃긴 역할도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무겁고 어두운 역할 많이 해서 푼수 역할 좀 해봤으면 좋겠네요.(웃음)
제가 아까 여경이 한때 꿈이었다고 말씀 드렸나요? 제가 좀 그런 ‘끼’가 있나봐요.(웃음)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여전사 역할도 꼭 해볼 거에요. 강인한 여전사로 액션 ‘샥샥’ 하는 그런 캐릭터요. 운동 진짜 좋아하고요, 액션 진짜 자신 있거든요. ‘진짜사나이’가 제겐 딱인데.(웃음) 체력검사 한 번에 통과할 자신 있답니다.(웃음)
저의 최종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하는 배우, ‘저 배우 나오니까 작품 좋겠다’라는 말을 듣는 배우요. 요즘에 황정음 언니 보고 ‘믿고 보는 배우 황정음’ 줄여서 ‘믿보황’이라고 부르는 걸 봤어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믿보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 할 수 있겠죠?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