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개그맨 장동민은 과거 인터넷 라디오에서 한 여성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물의’ 전력이 있는 연예인이다. 나름대로 세운 자숙의 의미에 따라 대중에 공식적으로 사과한 뒤 조신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에게 ‘자숙’이란 과연 풀리기 어려운 숙제다.
호사다마였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그야말로 ‘잘 나가던’ 장동민의 행보에는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렸다. KBS 2FM ‘두시’ DJ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파일럿 당시 활약이 돋보였던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정규 편성 라인업에서도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MBC ‘무한도전’ 식스맨 경합도 끝내 좌절됐다.
옹달샘 멤버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 만큼, 다수 네티즌들은 여타 논란을 빚은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의 라디오 발언이 범법 행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대중의 정서를 불쾌하게 한 것은 틀림없기에, 또 과거 김구라 사례가 준 학습효과가 있기에, 잠정적인 활동 중단이 예상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장동민은 ‘직진’을 택했다. 지상파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tvN ‘코미디 빅리그’와 JTBC ‘크라임씬2’, 그리고 최근 종영한 tvN ‘더 지니어스4:그랜드 파이널’까지 종횡무진 했다. 그렇게 장동민의 선택 그리고 행보는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 후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활약이 워낙 ‘갓동민’다운 맹주였기에 그를 향한 날 선 시선이 다소 누그러든 것은 사실이지만, 궁금했다. 장동민은 왜, 그 흔한 ‘자숙’을 택하지 않고 활동을 강행한 걸까. 16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모르겠어요. 정말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도 이런 얘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많은데, 자숙이라는 게 뭘까요?”
도발적인 반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로서도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마음의 짐이 안 될 순 없었죠. (그런데) 예를 들어,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면 회사 그만 두나요? 생업이잖아요.”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언급하자 장동민은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건 잘못된 표현인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연예인의 사회적 책무. 물론 있죠. 하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개인의 판단이죠. 가령 음주(운전)를 했으니 사람들 앞에 서기 좀 그런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 그럴(칩거)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누군가가 판단해서 ‘1년 2개월 쉬었으니 방송해도 됩니다’라고 누가 정해놓은 건 아니잖아요. 본인이 판단하는 건데, 그게 마치 법적 규제인 것처럼 되어버린 게...(아쉽습니다)”
장동민은 “자숙하겠다며 방송을 그만 두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건 그 사람들 판단”이라며 “내 개인적인 판단에서는, 가장으로서의 입장도 있지만 뵐 때마다 사죄드리면서, 나로 인해서 웃을 수 있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사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장동민의 사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제 마음은 항상 같아요. 제가 잘못한 점, 경솔했던 점에 있어서 고개 숙여 사죄드리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하겠지만, 매번 공식석상에서 말씀드리고 하는 것은, 다른 분들에 대한 또 다른 실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론이 계속된 사과를 원한다면 하겠지만, ‘이제 그만 해도 네 마음 충분히 알겠다’며 용서한다면, 감사하게 더 열심히 하겠다 말할 겁니다.”
한편 장동민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 시즌4:그랜드 파이널’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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