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대한민국을 열광케 했던 이 유행어는 정확히 13년 전 김재원이란 걸출한 배우를 탄생케 했다. 물론 선생으로 나온 상대역 김하늘의 명대사였지만, 밴드부 합주실에서 매를 맞으며 반항적인 매력을 발산한 김재원이 차세대 청춘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14년, 뽀얀 피부를 자랑하던 ‘살인 미소’ 김재원은 어느 새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인조 역을 맡을 만큼 무게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의 발자취가 궁금해졌다.
↑ 디자인=이주영 |
◇ ‘허니허니’
2001년 성인코믹시트콤 SBS ‘허니허니’로 데뷔한 김재원은 극 중 순박한 커플 매칭 매니저로 등장했다. 한번의 미소로 여자의 마음을 녹이는 매력남으로 나와 ‘살인미소’로서 첫 가능성을 보였다.
당시 MBC ‘세 친구’와 함께 성인 시트콤이 유행했는데, ‘허니허니’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 제작된 작품. 김재원은 강예원과 멜로 라인을 펼치며 웃음을 선사했다.
◇ ‘우리집’
같은 해 김재원에 대한 관심을 높인 작품이 바로 MBC ‘우리집’이다. 순수하고 정 많은 대학생 우리 역을 맡은 그는 선한 인상과 흰 피부, 특유의 저음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는 일본 배우 유민과 러브라인을 엮어나가며 캠퍼스 로맨스물을 완성시켰다. 또한 김효진과 삼각관계를 형성해 묘한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 ‘로망스’
지금의 김재원을 있게 한 작품은 바로 MBC ‘로망스’다. 김하늘과 스승-제자로 나와 사제지간 로맨스 열풍을 일으켰다.
그는 이전 부드러운 이미지를 뒤엎고 반항기 가득한 최관우로 분해 여선생과 사랑을 이루며 뭇여성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데뷔 1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톱스타’라는 수식어까지 얻는 데에 성공한 셈. 또한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는 영광까지 안았다.
◇ ‘내 사랑 팥쥐’
‘로망스’가 끝나자마자 김재원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같은 해 8월에만 주말드라마와 월화드라마를 섭렵한 것. 그 중 MBC 월화드라마 ‘내 사랑 팥쥐’는 그의 세련된 매력을 방출한 작품이었다. 극 중 놀이공원을 소유한 재벌2세 강승준으로 분해 댄디한 면모를 보였다.
‘내 사랑 팥쥐’는 고전 ‘콩쥐팥쥐’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팥쥐가 솔직하고 직설적이라 겉으로 보기엔 못돼 보이지만, 알고보면 가장 여린 속내를 지닌 인물’이라는 설정에서 시작했다. 김재원은 장나라, 김래원 등과 함께 삼가 로맨스를 형성하며 ‘훈남의 정석’으로 승부수를 뒀지만, 결국 장나라가 김래원을 선택하며 사랑을 이루진 못했다.
◇ ‘라이벌’
‘내사랑 팥쥐’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SBS 주말드라마 ‘라이벌’에서는 그동안 작품과 정반대 캐릭터로 변신했다. 첫 방송에서 건달 강우혁으로 변신해 하얀 탈색 머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이 작품은 국내 최초 골프를 소재로 한 것으로 골프소녀 정다인(소유진 분)의 성공기를 그렸다. 김재원은 이 작품에서 극 중 정다인을 서포트하며 남자다운 사랑을 펼치는 캐릭터로 등장해 남성적인 청춘스타 이미지를 굳혔다.
◇ ‘형수님은 열아홉’
한동안 반항적 이미지에 젖어있던 김재원은 2004년 반듯한 의사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SBS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완벽한 의사 ‘강민재’로 분하면서 말쑥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고 정다빈, 윤계상, 김민희 등과 함께 청춘들의 로맨스를 그려나간 이 작품에서 김재원은 극 중 한유민(정다빈 분)을 두고 친동생 강승재(윤계상 분)와 묘한 삼각구도를 그렸다. 그러나 장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다소 답답한 캐릭터로 그려지면서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안겼다.
◇ ‘원더풀 라이프’
김재원도 예의 바른 이미지가 갑갑했던 것일까? 2005년 MBC ‘원더풀 라이프’에서는 노는 것 좋아하는 바람둥이 한승완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우연히 만난 정세진(유진 분)과 하룻밤을 보낸 뒤 아이가 생겨 어쩔 줄 모르는 철부지를 연기하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정세진과 부부가 되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여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 ‘위대한 유산’
2006년엔 KBS2 ‘위대한 유산’으로 한지민과 호흡을 맞췄다. 조폭 양아치 강현세(김재원 분)가 유산으로 남겨진 유치원을 접수하기 위해 유치원 선생 유미래(한지민 분)와 대치하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다.
김재원은 이 작품에서 거칠면서도 때론 귀여운 강현세를 연기했다. 또한 한지민과 핑크빛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보여주며 로맨틱 코미디 강자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이 작품은 그의 입대 전 국내에서 찍은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기도 했다.
◇ ‘내 마음이 들리니’
제대 후 그는 변신을 꾀했다. ‘밀크남’의 이미지를 깨고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로 컴백한 것. 그는 후천적 청각장애를 숨기고 있는 차가운 재벌2세 차동주로 등장해 황정음과 로맨스를 엮어갔다.
김재원은 이 작품으로 주말극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성공적인 안방 복귀를 신고했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뿐만 아니라 휴먼드라마도 섭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캐릭터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 ‘메이퀸’
2012년 MBC 히트작 ‘메이퀸’에서 그는 강산 역을 맡아 MBC 주말극의 신화를 이끌어냈다. 자체최고시청률 26.4%(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까지 치솟았고 방송 내내 시청률 1위를 지켜내며 명예롭게 퇴장한 것.
그는 이 작품에서 예의 젠틀한 이미지를 그대로 지켜나가며 ‘김재원’이란 이름 석자의 건재함을 자랑했다. 또한 상대역 한지혜와 찰떡 호흡으로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을 입증했다.
◇ ‘스캔들’
김재원이 재벌2세와 건달 사이를 오가는 연기 도전으로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건 2013년 MBC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형사 하은중 역을 맡았을 때다. 최고의 악역 박상민과 부자지간을 연기하며 선 굵은 연기를 펼쳤다.
특히 그는 첫 방송을 하루 앞두고 일반인 여자 친구와 깜짝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 때문에 신혼여행을 미뤘지만, 덕분에 작품에 대한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올라갔다.
◇ ‘화정’
현재 방송되고 있는 ‘화정’에서는 인조 역을 맡아 긴 호흡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질투에 사로잡힌 야심가로 반정을 일으켜 제16대 군왕에 오르는 인물을 차분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며 극의 중심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06년 ‘황진이’에 이어 두 번째 사극 작품이지만 광기 가득한 인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SBS ‘미세스캅’에 못지않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종영까지 10회가 남은 상황에서 어떤 결말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