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과장(배성우)의 눈빛은 텅 비어 보인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그는 망치를 들고 일가족을 살해한다. 그러곤 밤늦은 시간 회사로 돌아왔다. 야근하는 대리(오대환)는 깜짝 놀랄 일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그 숨은 이야기는 관객을 궁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는 스릴러와 공포의 장점을 잘 버무렸다. 귀신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빙의라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해 판타지 스릴러 공포라는 장르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회사원이라면, 또 굳이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섬뜩함에 맞닥뜨리는 지점은 비슷할 것 같다.
영화는 김병국 과장으로 시작하지만 인턴사원 이미례(고아성)로 집중된다. 미례가 모든 이야기의 키를 잡고 있는 존재다. 정규직이 되길 위해 애쓰지만 미운털이 박혀 버린 인턴. 이유는 없다. 아마도 '너무 열심히 한다'는 게 원인 아닐까. "적당히 요령을 피워야 한다"는 조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여기에 그녀보다 학벌 좋고 예쁘며, 일 잘하는 인턴(손수현)까지 새로 들어왔으니 입지는 좁아졌다.
조직이라는 곳에서 인턴뿐 아니라 직상 상사, 동료를 대하는 태도와 행동들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수군거림, 뒷담화, 대놓고 무시하기 등 현실 아닌 듯하지만 현실 같은 '오피스'의 상황은 섬뜩함 그 자체다. 또 김상규 부장(김의성), 홍지선 대리(류현경), 염화영(이채은)-이원석(박정민) 사원 등 회사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기에 더 현실적이다. 표정과 행동, 태도들이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김의성, 류현경, 고아성 등 연기 잘하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간 조연으로 웃음을 주던 배우였던 배성우의 연기가 특히 놀랄 만하다.
일가족 살해 사건과 회사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경찰 종훈(박성웅)은 '오피스'와 동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형사도 해결하지 못하는 영화 속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면 긴장감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또 후반부 반전과 영화적 재미도 관객에게 더하는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행복하게 회사에 다니는 이들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게 정답일 텐데도 어째 삭막하다. '열심히'만으로는 안 되는 회사 생활, 많은 직장인이 힘에 부친다. 물론 그렇다고 극단적인
그래도 참다 참다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오피스'가 짚은 지점이다. 이 영화를 보고 찔릴 직장인들이 꽤 있지 않을까.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111분. 15세 관람가.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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