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한민(왼쪽)과 돈 스파이크 |
"박명수의 '까까까'로 대변 되는 EDM은 일종의 '빅룸' 장르입니다. 커다란 방에서 쿵쿵 울리는 듯한 댄스 음악. 즉 어느 순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소위 '터지기' 좋은 곡이죠.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이 2010년 초반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빅룸이 마치 EDM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된 것 같아요. 시끄럽고 경박한 음악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는 일부 대중의 오해입니다."
작곡가 겸 편곡가 돈스파이크와 DJ한민을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멕시코 요리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처음 함께 식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EDM DJ 유닛 액소더스(AXODUS)를 결성, 싱글 앨범 ‘홀드 온(Hold On)’을 최근 발표했다.
기자는 EDM을 이론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 대신 오래 전 돈스파이크를 소개해준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지인은 그를 두고 "총을 갖고 다닐 것처럼 생겼다"고 묘사했던 터다. 그 때를 떠올리니 왠지 멕시코 갱단과 그의 외모가 교차됐다. 농담이다. 이들의 음악은 멕시코 음식 타코(Taco)와 부리또(Burrito)를 매우 닮았다.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로 만든 동그랗고 얇은 반죽이 턴테이블이라면, 그 안에 토마토·치즈·고기·살사 등 다채로운 재료를 싸먹는 게 EDM 입니다. 어떠한 재료를 조합해 넣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죠.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섞어 우리만의 맛을 내면서도 듣기 좋은 하모니를 이뤄내는 겁니다."
"노트북으로 뚝딱 한 곡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그건 ('무한도전' 속 박명수가 보여준) 방송 매커니즘이 빚은 오해예요. 사운드 디자인과 메이크업을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민이 뒤따릅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사운드를 질리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든다는 건 섬세한 감각과 큰 노력이 필요해요. EDM은 나만의 소리를 만들고 창조한다는 부분에서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클래식과 이해를 좀 달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더 어려우면서도 재료 하나 하나를 조리하고 다듬어 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 있어요."
액소더스의 '홀드온'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감미로운 기타 연주와 강렬한 신스 사운드, 키의 몽환적인 음색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결합된 곡이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의 정석이다. 쉽게 말해 기자가 듣기에는,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박명수가 들려준 EDM 사운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물론 액소더스는 박명수의 음악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음악도 EDM이란 걸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EDM에서는 보컬도 하나의 악기이자 재료입니다. 일반적은 팝 음악은 코드의 흐름이나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보컬이 중요하지만 EDM은 사운드 자체의 진동이 몸으로 느껴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키의 목소리가 우리 음악에 딱 맞았어요. 사실 그가 미성인 줄 알았는데 가성과 진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더라고요. 그가 원래 작곡 의도보다 기대 이상으로 뽑아줬어요.(웃음)"
타코와 부리또는 멕시코에서 길거리 음식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김밥과도 비슷하다. 간단하게 먹기 위해 아무거나 막 집어넣고 만들지는 않았다. 패스트 푸드와 차별화 된다. 영양과 맛도 고려했다. EDM도 그 안에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난해하면 대중과 호흡하기 힘들다. 액소더스의 음악 역시 이러한 점이 녹아있다.
"삭힌 홍어 같은 EDM도 있어요. 그루브가 굉장히 복잡하거나 혹은 '음칫 음칫' 하는 리듬만 1시간 동안 나오기도 하죠.(웃음) 타코와 부리또에는 원래 고수(향신료)가 들어가는데 이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요. 마니아가 듣는 EDM을 해야 고수(高手)는 아닙니다. 대중의 입맛에 맞출 필요도 있습니다."
타코와 부리또 속 기름진 고기의 느끼함은 매콤한 고춧가루로 덜어내고, 매운맛은 또 시원한 샤워크림 소스로 풍미를 살린다.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변화무쌍한 맛이 나온다.
만난 지 이제 1년 남짓된 돈스파이크와 DJ 한민은 "우리도 우리가 앞으로 만들 음악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들은 "똑같은 프로그램을 쓰는데 다루는 방법이 달라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배워가고 있다"며 "20년 죽마고우와의 작업이었다면 아마도 심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액소더스가 들려줄 음악은 자유롭고 무궁무진하다.
액소더스의 음원 발매 당일, 그들을 주목하는 음악 팬이 많았다. 샤이니 멤버 키의 인기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일각에서는 "엑소(EXO) 아니다. 액소(더스)다. 진정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EDM에 대한 편견을 제대로 쌈 싸먹을 줄 아는 보통 이상 내공의 소유자 액소더스 입장에서는 억울한 만 하다. 돈스파이크는 "소셜 미디어상에서 소신발언하려다 꾹 참고 지운 글이 있다"며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여러분, '우리 오빠한테 묻어가려고 하느냐' 그러시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팀명은 '액소(AXO·도끼)'에서 시작됐습니다. '엑소더스(Exodus)'였다 한들, 이 말은 '탈출'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이 담긴 성서의 '출애굽기'를 뜻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래퍼 도끼에게 미안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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