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분명 방송인 홍석천의 삶의 고뇌와 지혜를 듣는 자리였다. 물론 동성 애인 고백부터 연애 노하우, 엄마와 관계 등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그럼에도 방송이 끝나자 잔상으로 남은 건 게스트로 출연했던 정창욱 셰프였다.
17일 오후 방송된 SBS ‘힐링캠프 500인’에서는 홍석천을 호스트로 초대해 커밍아웃에 관련된 전반적인 얘기를 들었다. 또한 최근 대세인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으로서 최현석, 정창욱 등 스타 셰프들과 어깨를 겨루는 소감도 들었다.
이날 방송 중반부부터는 홍석천 몰래 온 게스톨 정창욱이 등장했다. 아직 덜 익은 방송 감각으로 수줍게 마이크를 잡고 가끔은 목소리를 떨기도 했지만, 정창욱은 홍석천과 함께 MC 499명의 고민과 얘기에 귀기울이고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기도 했다.
그가 단연 돋보였던 건 22살 공대생의 짝사랑 고백에서였다. 가정형편도 어렵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을 태우고 있다는 ‘모태솔로’라던 그 공대생은 홍석천과 정창욱의 응원에 힘입어 공개 고백에 나섰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그는 “누나. 내가 누나를 1년간 동아리에서 친해지면서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라며 진심을 전했다. 이어 “3일의 시간을 줄테니 대답해달라”는 다소 엉뚱한 제안을 해 좌중을 발칵 뒤집어놨다.
MC 김제동은 “무슨 고백을 하다가 최후 통첩을 하느냐”고 버럭 소리질렀고, 정창욱 역시 필사적으로 손사래 치며 “3일이란 말은 편집해달라”고 적극 나섰다. 김제동은 정창욱이 너무나도 적극 나서려하자 입을 가로막으며 “놔둬라. 저러다 실패해야 연애 데이터가 쌓인다”고 놀렸지만, 정창욱은 진심을 다해 “3일만 기다린다고 하느냐? 좋아하면 평생 기다려야지”라고 내뱉어 여심을 뒤흔들었다.
술렁이는 객석을 보던 홍석천과 김제동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김제동이 이내 “정창욱의 분량은 편집해달라”며 호흡을 가다듬은 뒤 정창욱의 명대사를 그대로 재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물들였다.
정창욱은 이외에도 일본에서 다소 늦은 나이에 접시닦기부터 시작해 셰프로서 성공한 경험담을 꺼내놓으며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또한 가끔은 야성적인 면모도 보여 월요일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그는 게스트였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분량 깡패’였다. 작은 목소리, 분명치 않은 발음까지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혹은, 바꿔 말하면 방송에 물들지 않아 순수했던 더욱 그 진심이 와 닿았다고나 할까. 최근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선언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그의 선택이 더욱 빛났던 순간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