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협녀, 칼의 기억' 무협과 멜로 사이의 어느 지점

[리뷰] '협녀, 칼의 기억' 무협과 멜로 사이의 어느 지점

모든 칼이 권력을 향하고, 천민도 왕이 될 수 있던 고려 후기 무신정권은 민란이 끊이지 않던 혼돈의 시대였다. 영화 '협녀, 칼의기억'(감독 박흥식)은 세 검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때 뜻을 함께하여 세상을 바꾸려 했던 세 사람 풍천(배수빈 분), 월소(전도연 분), 덕기(이병헌 분).

하지만 덕기는 배신을 택하고, 18년 후 그는 고려 최고의 권력가 유백이 된다. 월소는 풍천의 딸 홍이(김고은 분)를 데려와 '부모를 죽인 두 원수의 피를 거두라'는 사명 아래 키운다. 때가된 홍이는 자신의 부모를 죽인 두 원수를 향해 칼을 겨눈다.

한국 영화로는 드문 무협액션 장르 '협녀, 칼의기억'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쟁쟁한 배우들의 캐스팅까지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비장함을 무게감 있게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두 눈을 가득 채운 증오와 연민 그리고 억눌린 야망을 토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액션의 완급조절 역시 '협녀'를 더욱 독보적이게 만들어준다. 동적인 액션이 가득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정적이다. "무협 보다는 멜로드라마의 연장선상"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감정의 곡선을 따라 액션의 완급도 조절된다. 장면 곳곳에서 등장하는 슬로우 모션은 영화의 메시지를 극대화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하지만 무협영화의 액션에서 기대되는 짜릿함은 반감된다.

아름다운 영상미도 영화를 봐야 할 이유다. 화면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장면들. 독특한 구도는 화려한 액션과 어우러져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는 흐드러진 봄의 꽃밭에서 시작된다. 해바라기 가득한 배경에서 활짝 핀 김고은의 얼굴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하얀 꽃밭에서 칼을 휘두르는 전도연의 모습 역시 백미. 계절이 흘러 흩날리는 눈꽃송이에서 펼치는 마지막 결투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개봉은 오는 13일.

영상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