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유지혜 기자] 이른바 ‘건국대학교 영화과 통폐합 사태’라 불리며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지 4개월째다. 학교 측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지침 아래 영화과와 영상학과의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통합을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학생들의 반발에도 그대로 강행했다.
또한 이들은 건국대영화과비상대책위원회가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통폐합 관련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오랜 시간 답변하기를 주저하다가 종강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들어줄 수 없다’라는 대답만 내놨다.
이에 영화계는 한심하다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평론가 A씨는 “학교 측이 취업률을 산정하기 위해 학생들을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영화과 뿐만 아니라 예술 계열, 인문 계열에 무조건 취업률이란 기준의 잣대만 댄다는 게 잘못된 일이다. 특히 예술은 그 안에 담긴 이론이 섬세한데 이를 조직화된 장점 몇 개만으로 합쳐 평가한다는 건 예술가를 양성해내지 못하고 똑같은 사람들만 배출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원론적인 부분을 짚었다.
이어 “오히려 이런 부분은 영화계에서 큰소리를 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학교라는 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얘기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학생을 상대로 단순히 수익을 내는 곳으로 전락해버린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사 B 대표도 뜻을 같이 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학문의 근본을 무시한 처사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학구적인 곳이 학교여야 하는데 전공이나 공연하는 학생과 학문의 오리지널리티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싶어 영화인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과에 취업률을 대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 따지고 보면 감독도 프리랜서고 스태프도 한 작품 계약이 끝나면 실직 상태인데 이를 취업률로 바라보는 자체가 학교 측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라 볼 수 있다”며 “학교의 가장 중요한 존재인 학생들의 얘기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B 대표는 영화과와 영상학과가 통합되면서 바뀐 영화애니메이션학과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사실 국내 영화계는 장편 실사보다도 애니메이션학과가 더 위축된 상태다. 그런데 취업률이 더 잘되는 방향으로 바꾼 게 영화애니메이션학과라니 재밌는 처사”라며 “현장에서도 영화과가 아닌 영화애니메이션학과 출신이라는 메리트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타 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면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C씨는 학생으로서 느끼는 한숨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대학을 가는 건 배우고 싶은 걸 더 전문적으로 습득하기 위한 건데 이런 건대 측의 일방적인 통폐합은 정말 안타까운 결정이다. 영화애니메이션학과란 이름을 딱 들어도 대체 연기를 가르치는지 그림 그리는 걸 가르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며 “이 둘을 합친다는 게 정말 생뚱맞다. 이 학과 출신이라고 하면 누가 영화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생각은 어떨까.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취재진에 현재 건대 영화과 사태에 대한 진척 상황을 듣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도의원은 “사실 건대 영화과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영화연극과, 예술과, 무용과, 음악과 등 예술대 거의 모든 학과가 통폐합 대상 1순위다. 인문도 마찬가지다. 단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과거 한 학교에서 미대를 통합한다고 발표해 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났는데 그 때 팻말에 써있던 말이 기가 막힌다. 피카소가 언제 취직했느냐는 것”이라며 “예술이나 인문학을 보험료를 얼마 내느냐 등에 따른 취업률로 없애려 하니 그 저변이 모두 붕괴되는 게 아니냐. 이는 비단 학교 측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교와 국가 모두 학생들을 올바른 사람을 만들고 거기에 전문성을 더해줘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취업에만 전전해 교육 근본을 잃어버린 셈이다”고 비판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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