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가수 양희은이 ‘여성시대’를 17년간 이끌어오며 청취자들과 함께 나눈 희노애락을 회상했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는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이하 ‘여성시대’)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양희은은 “‘여성시대’ DJ를 맡아온지 17년이 된다.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며 겸손하게 입을 뗐다.
↑ 사진=MBC |
그에게 ‘여성시대’는 남다른 존재다. 힘든 갱년기 시절을 함께했고, 인생의 대소사 속 무겁고 힘든 일을 거치면서도 ‘여성시대’만큼은 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렇다고 매번 ‘여성시대’ 진행이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3년간 무작정 견뎌낸 시기가 있었다”며 “이렇게 아픈 사연이 라디오에 한번 나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출했던 아이가 돌아올까. 남편이 부인을 안 때릴까. 무슨 변화 있을까’라며 혼자 끙끙 앓았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뭔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힘든 사연을 들을 때면 사연들을 털어내지 못해서, 3년간은 한강 둔치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기곤 했었다. 어려운 사연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입력이 돼서 힘들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양희은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마음이 편안한 이유에 대해 “‘여성시대’가 차마 편지조차 못 쓰는 청자들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안 보이는 연대가 생기고, 거대한 어깨동무가 생긴다”며 자신이 품은 의문점에 청취자들과 함께 마침내 답을 찾았음을 전했다,
특히 양희은은 작사를 할 때, 자신이 ‘여성시대’를 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참 많이 달라졌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어디에 가든 따뜻한 인사를 받는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가수를 30년 동안 하며 받아보지 못했던 반가운 인사를 ‘여성시대’를 하고 나서 받아 본다”며 “사람들이 먼발치에서도 목례처럼 눈을 맞추려고 애쓰고, 반가워 해준다. 심지어 박미선의 단골 목욕탕에서도 박미선보다 내가 환대 받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자신이 체감하는 ‘여성시대’와 더불어 청취자들을 향해 감사함을 표했다.
힘든 시절이 지나가고 나니, 지금은 양희은에게 ‘여성시대’는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상이 됐다. 그의 인생은 ‘여성시대’ 시작 전과 후로 나뉘었고, “지금껏 한 일 중 ‘여성시대’를 시작한 것이 제일 잘한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라디오를 향한 애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끝으로 양희은은 “라디오는 어떤 매체보다 진솔하다. 말과 말 사이 호흡에서 진실과 거짓을 다 읽을 수 있다. ‘여성시대’는 따로 원고도 없을 만큼 청취자들을 위한 방송이고, 통로의 역할만 할뿐이다. 청취자들과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어 라디오가 참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매체의 홍수 속에서 대중들은 시각적인 현란함에 쉽게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희은이 라디오를 사랑하고 17년 동안 변함없이 DJ를 한 이유에는 본인만의 라디오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라디오를 사랑하는 그가 이끄는 ‘여성시대’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기억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여성시대’는 매일 오전 9시5분에 방송된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