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미나(권소현)는 줄곧 놀림당하고,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항상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순수하고 순진했던 그녀는 매번 이용당하고 버림받았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몇몇 회사에서, 또 사창가까지 흘러와서도 그렇다.
먹는 것과 입는 것에 집착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아픔을 이겨내는 미나. 겁탈당하고 임신까지 한 기구한 삶 속에서도 미나는 아이를 지우지 않는다. 그러다 구타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뒤 병원에 도착한다.
그녀를 두고, 이 병원의 소유자인 재벌 2세 상우(김영민)는 VIP병동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에게 가족으로부터 수술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위험한 제안을 건넨다. 아버지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미나의 심장을 이식하려는 것이다.
해림은 미나의 친구와 동료를 만나 그녀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졌으며, 할머니 손에 자랐고 힘겹게 살았던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본인과 너무나도 닮은 미나를 알아가게 된다.
영화 ‘마돈나’는 두 여자가 소통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리얼하고 섬세하게 담겼다.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성폭행당하는 등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는 장면들은 거칠면서도, 그런 상황과 현실 묘사는 리얼하다. 일면식도 없는 여자 둘이 소통하는 건 투박하면서도, 이들의 내면의 감정이 전해지는 건 섬세하다. 이 영화를 외면하고 싶게 만들기도 하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현실의 민낯 일부가 담겨 있기에, 그 감정은 연민에서 분노로 변하고 또다시 가슴 먹먹하게 관객을 강타한다.
해림의 내면과 감정 변화에 어려움을 느꼈을 서영희를 비롯해 김영민 등의 연기는 탁월함 그 자체다. 특히 신예 권소현은 분명 올해의 발견이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는 체중을 늘렸다. 하지만 체중을 늘린 건 이 영화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120분이나 되는 첫 스크린 연기에서 순수한 이미지와 절망 속에서 타락해버린 이미지를 동시에 내뿜는다.
결국 해림과 미나는 상위 2%가 지배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마지막에는 희망이 싹튼다. 한줄기 빛이다. 우연히 떠오른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울컥 눈물이 흐를 정도로 대단한 장치다.
신수원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대중에게 손 내밀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점도 마음에 든다. 현재의 해림을 통해 과거의 미나를 보여주는 방식이나, 시작과 끝을 하나로 잇는 감독의 연출 방법도 세련되게 다가온다.
솔직히 대중적 취향이 어떻게 호응으로 이어질진 모르겠다. 스크린 수도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돼 세계 영화팬들을 먼저 만나 호평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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