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CJ E&M 계열 방송사인 tvN과 OCN이 동시에 장르물로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는 지난 달 16일 시작해 막 6회를 지났다. 드라마는 도청, 감청, 잠입 등 모든 수사 방법을 허가 받은 특수 수사대, 일명 수사 5과의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수사 과정을 담고 있다. tvN에서 첫 시도하는 수사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신분을 숨겨라’가 방송된 4일 후 OCN에서는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첫 방송됐다. 역시 수사물이다. 드라마는 사라진 신부를 찾기 위한 한 남자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분노를 그렸으며 ‘감성액션’이라는 타이틀처럼 감성과 액션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또한 OCN에서 도전하는 첫 토일드라마라는 점도 눈에 띈다.
↑ 사진제공=CJ E&M |
그야말로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장르물이 CJ E&M을 점령했다. 이처럼 같은 계열사 방송사에서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시청자 사이에서는 “집안싸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 계열 방송사에서는 드물게 전면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지닌다. ‘신분을 숨겨라’는 OCN에서 최고의 반응을 보인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이 뭉쳐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에 반해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OCN 오리지널 시리즈의 ‘수사극’ 계보로 제대로 잇는 작품인데, ‘아름다운 나의 신부’가 주2회로 회차를 늘리면서 tvN에서 주로 하는 미니시리즈의 호흡을 갖추게 돼 OCN 안에서도 독특한 포지션을 지니게 됐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두 작품은 채널의 특성이 녹아나면서 각자의 개성이 살아났다. tvN은 더 넒은 시청층을 공략하는 방송사로, 이런 채널의 특성을 고려한 ‘신분을 숨겨라’는 잔인함이나 극의 무게를 덜었다. 김정민 PD는 이에 대해 “‘나쁜 녀석들’은 하드보일드한 액션이나 장르적 느낌이 강했다면 ‘신분을 숨겨라’는 부드러운 액션과 ‘들킬까 말까’에 대한 스릴에 집중했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김 PD의 말에 자주 등장한 ‘라이트(Light)함’이라는 단어는 tvN표 첫 수사극과 OCN 오리지널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 사진제공=CJ E&M |
이런 점을 놓고 보면 확실히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신분을 숨겨라’보다는 무겁고 진득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스터리가 더욱 강화돼 매회 실종된 윤주영(고성희 분)에 대한 비밀과 알 수 없는 실마리가 공개되고 있다. 예비신부를 잃은 남자 김도형(김무열 분)의 분노나 감정선도 드라마의 무거운 분위기를 이끄는 주요인이다. 코믹함과 다이나믹한 액션이 합쳐진 ‘신분을 숨겨라’보다 액션도 한층 잔인하고 살벌해 액션신만 두고 봐도 차이점이 금방 발견될 정도다.
비슷한 장르지만 이처럼 다른 분위기를 지닌 ‘신분을 숨겨라’와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있다. 장르물 자체에 팬층이 두터다보니 이 팬들 사이에서도 ‘신분’파와 ‘아나신’파가 나뉘어 응원을 하는 재밌는 광경도 펼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두 드라마 모두 초반이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조금 더 스토리가 진행되는 중반부에 들어서면 두 드라마의 팬층이 확실히 나뉘면서 경쟁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으로는 아직까지 ‘신분을 숨겨라’가 조금 더 우위이지만 격차가 얼마 차이나지 않아 안심하기는 이르다.
과연 이 집안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OCN의 장르물의 정통성을 강조한 ‘아름다운 나의 신부’일지, tvN에서 첫 도전하는 수사극 ‘신분을 숨겨라’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두 드라마를 함께 즐기고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